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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둘을 빼고는 내 고등학교 시절과 지금의 나를 말할 수 없다.
   CDP를 렉스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등학교 때 내가 붙여준 이름이기 때문이다ㅎㅎ;
   더콜링의 보컬 알렉스 밴드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조금 쑥스럽다;;


   지금이야 CDP값이 MP3값보다 못하지만, 그 땐 좋은 시디피 한대 장만하려면 큰 맘 먹어야했다. 특히나 학생 신분으로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평소에 부모님께 뭘 사달라고 하지 않는 나는 웬만한건 한달에 만원씩 받는 용돈으로 아끼고 모아서 갖고 싶은걸 사곤했지만, 당시 20만원이 훌쩍 넘는 이녀석을 사기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중학교 졸업선물로 졸라서 산게 이거였다.
   알루미늄재질에 검은색 포스, 밤이 되면 빛나는 형광빛 액정에 단번에 매료됐고, 다른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간 등하교 시간, 쉬는 시간.. 틈날 때마다 들었다.
   기스나지 않게 항상 주머니에 넣어서 애지중지 듣곤했는데..  대학와서 잘 안듣게 됐다. 시디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껌배터리를 끼운채 그냥 무작정 방치해뒀던게 독이 됐는지 이제 다시 들어보려고 하니 플레이가 되지 않는다.


   지난주, 집에 갈 일이 있어서 렉스의 병을 고쳐주기로 마음먹고 소니대리점에 들렸다.
사실 얼마전에 귀에서 피가나서 병원에 갔더니 이어폰6개월금지령이 떨어진 적이 있다.;; 어짜피 고쳐도 당장 못듣겠지만 고치지 않고서는 마음이 갑갑하여 AS를 맡기게 됐다.
   진단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껌배터리 누액이 램프과 메인보드까지 흘러들어가서 일단은 제거해야 되는데.. 제거한다고 해도 예전만큼은 아닐거란다. 가장 좋은건 부품을 모두 교체하는건데 그러려면 15만원이 든다나..? 선택하란다. 교체할건지 제거만 할건지. 고민의 기로에 빠졌다. 요즘 싸구려 시디피 7~8만이면 사는데.. 근데 아무리 봐도 이녀석만한 디자인이 없다. 소니 디자인이 퇴보한건지 내 눈이 이상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눈씻고 찾아봐도 죄다 방정맞은 유광플라스틱 밖에 없더라. 일단은 그냥 제거만 해보고 안되면 그 때 부품을 교체를 하든 다른걸 사든 하기로 했다. 제거해도 플레이 잘 안되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어제 수리를 마치고 택배로 왔다. 생각보다 잘된다. 배터리 관리 잘하면서 아껴줘야겠다..


   이어폰금지령 때문에 답답함이 쌓여가고 있었던 나는 헤드폰을 살까 생각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어느 정도 사전조사를 한 상태에서 시디피 수리 때문에 갔던 소니대리점에서 헤드폰을 발견한다. 어떤 헤드폰이 좋을까해서 여기저기 물어봐도 각자의 귀취향(;;)이 있기 때문에 딱히 뭘 추천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직접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AS를 맡기고나서 소니대리점에 걸려있는 두 개의 헤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MDR-Z300DJ, MDR-Z500DJ. 직원의 초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모두 들어볼 수 있었다. 정말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했다;; 수리 맡기기 전에는 시큰둥하더니 지갑을 꺼내면서 가방 안에 pmp같은걸 봤는지 친절로 돌변했다;; 살 것 같이 보였나보다 ㅡ.ㅡ;;
   암튼 처음으로 들어본 제품은 MDR-Z300DJ다.


   이 정도 크기면 밖에서 듣고 다니기에 그다지 큰 부담도 없어보였다. 좀 약해보이기도 했다. 중요한건 음질. 처음 딱 들었을 때, '음~ 괜찮네. 역시 이어폰이랑은 다르구나.'

   두번째는 MDR-Z500DJ.


   아하하하;; 이 전화선은 뭥미;; 디자인은 제법 헤드폰답게 생겼는데.. 그래 일단 들어나보자.
"우오오... 완전 좋아요" 300보다 좋았다. 비싼건 역시 다른가? 300에 비해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좋다고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분명 다른게 느껴졌다;;
   이쯤해서 마무리하고 나가려고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설명에 신이 난 친절한 소니직원은 내게 이것들보다 좋은 헤드폰이 있다고 잠깐 기다리랜다. 원래 들어볼 수 없는건데 자잘한 문제로 제품교환이 들어와서 마침 들어볼 수 있는 물건이 있댄다.
   XB-700이었다.


   처음 봤을 때 느낌, 와 대빵크다;; 사진으로 보는거랑은 또 달라서.. 저걸 착용하면 마치 텔레토비 탈쓴 것마냥 보인다.;;; 직원은 그렇게 크지 않다면서 자기 머리에도 써보며 애써 이 제품의 디자인을 두둔하려고 했지만,, 정말 안습인건 어쩔 수 없었다 ㄷㄷ
   엄청난 유닛의 크기..  썩 끌리지 않았지만 그 크기 때문이었을까.
   들었을 때 내 반응->"......." 말 안나온다. 속으로 '오마이갓....' 감동의 쓰나미였다..+.+ 팍팍 꽂히는 저음! 양궁으로 비유하자면 텐텐텐이다. 공간감 또한 환상이었다!
   소니의 저음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  신세계를 경험했다. 그 감동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다시 처음 들어봤던 두 제품을 들어봤다. .....'갖다버려'

   다른 제품들도 알아보고 사야한다는 생각에 바로 사지는 않았다. 초감동이긴 했지만 xb700은 정말... 디자인이 도저히..ㅠㅠ 못생긴 애가 공부를 잘한다는 말이 딱 맞는 헤드폰이었다..;; 아웃도어용으로 쓸 생각이기 때문에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애가 필요했다. 안녕xb700..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모르지만 넌 못생겨서 안되겠어, 미안ㅠㅠ
   그렇게 그 곳을 나왔고..  계속 탄식이 나왔다.. "아아..." "흐아.." "아흙..." "귀를 버려놨구나.."
내 귀가 원망스러웠다. 어째서.. 어째서!!! 좋은걸 구분한단 말이냐...ㅡ.ㅡ;;

   현재는 이것저것 알아보고 AKG K450에 마음이 기우는 중이다. 추석 때 집에가면 청음할 수 있는 매장에 가볼 예정이다. xb700만큼의 느낌이 나올까?...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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