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5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붙잡고 읽어서 겨우 끝낼 수 있었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으나 분량이 워낙 많고 인명/지명이 익숙치 않아 오래걸릴 수밖에 없었다. 투퀴디데스는 아테나이-아테나이 동맹국과 스파르테(라케다이몬)-스파르테 동맹국 간의 지리멸렬한 전쟁을 연대기 순으로 작성했다. 이 이야기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부터 시작하여 기원전 411년에서 갑자기 끊긴다. 즉, 미완인 책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기원전 431년~404년까지다.) 중간중간 투퀴디데스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기술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전쟁과 관련한 사실들의 나열이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전투 묘사와 전쟁터에서 장군들의 연설, 각국의 사절단들이 오가며 쏟아내..
참으로 오랜만에 책리뷰를 쓴다. 그동안 책을 계속 읽긴 했으나 왠지 모르게 블로그에 손이 가지 않았다. 간만에 올리는 리뷰는 그 유명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이다. 맨부커 상을 받았다고 해서 한동안 언론에서 떠들썩했었다. 사실 그래서 읽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을 받았거나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들은 왠지 모르게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딱 하나다. "나의 외사친"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페인의 외딴 마을에 사는 어떤 외국인이 한국의 한강을 안다며 채식주의자를 읽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언급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데, 정작 한국인인 내가 거기에 공감할 수 없음에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오랜만에 들른 오프라인 서점에서 망설임없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골랐고, 작고 ..
기존에 하서 출판사에서 나온 『죄와 벌』 단행본을 갖고 있지만, 열린책들 디자인과 번역을 너무나 좋아해서 같은 작품을 또 구입했다.(그만큼 죄와 벌이 좋았다.) 하서에서 나온 것은 단권으로, 열린책들에서 나온 것은 상하권으로 돼있다.책 크기도 좀 차이가 난다. 둘의 첫 장 번역 비교.위가 홍대화가 옮긴 열린책들의 죄와 벌이고, 아래가 유성인이 옮긴 하서의 죄와 벌이다.대체로 내용은 같으나 구체적으로 단어 선택이나 설명하는 강도의 차이 등에서 미세하게 다른 느낌이다.어느 것이 더 좋다 할 필요없이 개인적으로는 둘다 괜찮았다. 지난 포스팅을 검색해보니 내가 죄와 벌 감상문을 올린 날이 2011년 12월 13일이었다. http://zero-gravity.tistory.com/43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처..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약한 마음뽈준꼬프정직한 도둑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백야꼬마영웅 7개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낭만적이지만 촌스럽게 격정적이지 않고, 도선생답지 않은 부드러움이 흐르지만 날카로운 시선 또한 언뜻 보인다. 뭔가 기존의 도선생 작품들에서 느꼈던 음침함과는 대비되는 작품들로 구성돼있다. 이들 7개 작품중에 내가 생각하는 도선생다운 작품을 꼽자면 「약한 마음」, 「뽈준꼬프」, 「정직한 도둑」,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이다. 물론 그가 쓴 작품들이기에 그답지 않은 작품이 어디있겠냐만은, 7개 작품들 중에 그나마 어둡고 더러운 느낌을 받은 작품을 꼽아보면 저정도 되겠다. 대체로 사랑 얘기가 많았고,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불륜&삼각관계 모음집"이었다. 도선생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푸..
이 책에 손을 댔던 게 작년 10월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해가 바뀌어 벚꽃이 한창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한 두달 정도는 건강이 매우 안좋았고, 그와중에 계속해서 또라이를 상대하느라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연말연초에는 일이 몰리는 바람에 책을 들여다볼 여유가 전혀 없었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도 소설책 한 권 읽는 데에 반년이 걸린 것은 순전히 내 게으름 탓이다. 이렇게 말해도 사실 도선생 탓을 좀 하고 싶기는 하다. 읽어보면 분명 잘 쓰여진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스토리 구성이나 쓰여진 문장들을 보면 많이 생각하고 가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심리 묘사를 하는 부분과 발꼬프스키 공작과 바냐의 술집 대화 장면은 과연 도스또옙스키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소설..
올해 초부터 잔뜩 기대했던 피카소와 천재화가들 전시에 갔다왔다. 전시 제목이 좀 오글거려서(피카소에 초점을 맞췄다고는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저게 뭐냐고;; 게다가 "천재" 화가들이라니.. 으엑~) 마음에 안 들었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서 이런 대형 전시를 접할 기회는 흔치 않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관람했다. (사실 대형 전시라고 하기엔 서울에서 했던 것들에 비하면 약간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자세한 전시 정보는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자. 전시 정보 ☞ http://dmma.daejeon.go.kr/GetExhibitionsUsrView.do?fretype=1홈페이지 ☞ http://www.greatartists.co.kr 토요일 오후라 사람들한테 밟혀 죽을 각오로 갔는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
저녁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고, 주말에는 약속이 있거나 지쳐 쉬다보니 책 한 권 읽기도 빠듯하다. 사놓은 책들은 책장에서 애타게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평일에는 기껏해야 30분 정도, 많으면 한 시간 정도 밖엔 투자를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것도 졸리고 뻑뻑한 눈을 비벼가면서 겨우 읽는다. 그래도 일만 하면서 멍청해지긴 싫어서 계속 읽고 생각하려고 애쓰고는 있다. 독서를 놓은 공백 기간 동안에 굳은 머리에 기름칠을 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이 이 책이다. 대학생들이 인터뷰 한 내용을 글로 정리해놓은 거라 빠른 속도로 완독할 수 있었다. 내용이 가볍기도 하거니와 IT 분야의 창업 성공 사례가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럭저럭 괜찮았다. 읽고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