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하서 출판사에서 나온 『죄와 벌』 단행본을 갖고 있지만, 열린책들 디자인과 번역을 너무나 좋아해서 같은 작품을 또 구입했다.(그만큼 죄와 벌이 좋았다.) 하서에서 나온 것은 단권으로, 열린책들에서 나온 것은 상하권으로 돼있다.책 크기도 좀 차이가 난다. 둘의 첫 장 번역 비교.위가 홍대화가 옮긴 열린책들의 죄와 벌이고, 아래가 유성인이 옮긴 하서의 죄와 벌이다.대체로 내용은 같으나 구체적으로 단어 선택이나 설명하는 강도의 차이 등에서 미세하게 다른 느낌이다.어느 것이 더 좋다 할 필요없이 개인적으로는 둘다 괜찮았다. 지난 포스팅을 검색해보니 내가 죄와 벌 감상문을 올린 날이 2011년 12월 13일이었다. http://zero-gravity.tistory.com/43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처..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약한 마음뽈준꼬프정직한 도둑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백야꼬마영웅 7개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낭만적이지만 촌스럽게 격정적이지 않고, 도선생답지 않은 부드러움이 흐르지만 날카로운 시선 또한 언뜻 보인다. 뭔가 기존의 도선생 작품들에서 느꼈던 음침함과는 대비되는 작품들로 구성돼있다. 이들 7개 작품중에 내가 생각하는 도선생다운 작품을 꼽자면 「약한 마음」, 「뽈준꼬프」, 「정직한 도둑」,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이다. 물론 그가 쓴 작품들이기에 그답지 않은 작품이 어디있겠냐만은, 7개 작품들 중에 그나마 어둡고 더러운 느낌을 받은 작품을 꼽아보면 저정도 되겠다. 대체로 사랑 얘기가 많았고,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불륜&삼각관계 모음집"이었다. 도선생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푸..
읽은 지는 꽤나 오래됐는데 블로그에 글 올리기가 참 귀찮았다. 소설도 미완성이어서 쓸 마음도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간단한 감상은 끄적거려야겠기에... 도스또옙스키는 이 소설을 본격적으로 막장 등장 인물에 막장 이야기로 꾸려보려고 거창하게 계획했던 것 같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아주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네또츠까의 일생을 그린... 아니 그리려했던 소설이다. 네또츠까는 부모를 잘못 만나서 불행한 집안에서 자라 성격이 내성적이며 조그마한 자극에도 발작을 일으키고 열병을 앓는 여자 아이다. (참고로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에 있어서 그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가지를 꼽는다면 "시베리아 유형", "간질병",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도스또예프스끼(이하 도선생으로 칭함)를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추천한 이 책을 한 권 더 읽어보기로 했다. 휴~ 도선생이 날 순순히 보내주지 않는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지하생활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수기로 적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에 읽었던 도선생의 작품들과는 달리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졌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은 대개 가볍고 쉽게 읽히지만, 이 작품은 얇은 두께임에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이 책은 제1부 지하실,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로 나뉜다. 시간상으로는 2부가 먼저이고 1부가 나중이다. 1부에서는 40대의 지하생활자가 가상의 말벗(신사 양반)을 상대로 철학적 문제에 관한 논쟁을 벌인다. 처음부터 내용이 압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드디어 완독했다! 중간에 연말에 여행을 다녀오느냐고 공백기가 있어서 그리 집중력 있게 읽진 못했지만(원래 쉬지 않고 한번에 집중해서 해치우는 성격인지라..), 어쨌거나 끝마쳤다. 상중하로 나누어진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잃지 않고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전적으로 미친글빨의 도스토예프스키 공이 컸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1300여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까라마조프家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므로 일일히 그 줄거리를 서술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 책의 하편 끝에 잘 요약되어 있다. 다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짤막하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사실『죄와벌』의 애매모호한 결말 때문이었다. 정확히 ..
"죄와 벌". 이 딱딱한 제목은 웬지 죄를 지어 벌을 받고 구원에 이른다는 종교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것 같아 펼치기 꺼려지게 했다. 내용 또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한 간접설교로 가득하며 지루하고 따분할 것만 같았다. 물론 제목에서 예상했던 것과 같은 비슷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 내용전개에 있어서는 내 예상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숨막히는 폭풍전개와 탐정소설 뺨치는 심리싸움은 700쪽이 넘어가는 책의 두께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의무감에 펼쳐든 책을 단 4일만에 완독해버렸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대학을 휴학한 상태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좁은 하숙집 골방에 틀어박혀 공상을 거듭한 끝에 범행을 계획하게 된다. 그건 다름아닌 전당포 고리대금업을 하는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없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