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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하서 출판사에서 나온 『죄와 벌』 단행본을 갖고 있지만, 열린책들 디자인과 번역을 너무나 좋아해서 같은 작품을 또 구입했다.

(그만큼 죄와 벌이 좋았다.)






하서에서 나온 것은 단권으로, 열린책들에서 나온 것은 상하권으로 돼있다.

책 크기도 좀 차이가 난다.





둘의 첫 장 번역 비교.

위가 홍대화가 옮긴 열린책들의 죄와 벌이고, 아래가 유성인이 옮긴 하서의 죄와 벌이다.

대체로 내용은 같으나 구체적으로 단어 선택이나 설명하는 강도의 차이 등에서 미세하게 다른 느낌이다.

어느 것이 더 좋다 할 필요없이 개인적으로는 둘다 괜찮았다.



   지난 포스팅을 검색해보니 내가 죄와 벌 감상문을 올린 날이 2011년 12월 13일이었다.

   http://zero-gravity.tistory.com/43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처음으로 도스또옢스끼를 만나서 4일 동안 집에 틀어박혀 죄와 벌만 읽었던 그 때. 다 읽자마자 컴터를 켜고 신나게 블로그에 감상문을 타이핑했었다. 근데 정말 우연찮게도 2016년 12월 13일 딱 5년 만에 이렇게 죄와 벌을 재독했다는 포스팅을 올리게 될 줄을 몰랐다. 글을 올리려고 지난 글을 찾아보니 12월 13일인 것에 조금 소름돋았다. 


   사실 재독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재독한 이유가 있다. 죄와 벌의 다른 버전을 읽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실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책을 빌려주고 같이 읽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게는 전자책으로 된 열린책들 죄와 벌이 있었으므로, 종이책을 친구에게 빌려주면 완전히 같은 책을 같이 읽게 되는 셈이니까 말이다. 빌려줬던 그때가 9월 추석연휴였는데, 그 친구는 아직 다 읽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곧 있을 러시아 여행을 앞두고 도선생님과의 첫 만남이었던 죄와 벌을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연대순으로 읽다보니 도선생님의 5대 장편 소설 중에 『백치』, 『악령』, 『미성년』을 아직 읽지 못한 것이 좀 아쉽지만, 그렇다고 죄와 벌을 재독한 시간들이 아깝지는 않다. 


   두 번째로 읽어서 그런지 확실히 사건 전개의 긴장감은 전보다 덜했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읽은 터라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어쩜 이렇게 인간상을 쪼개듯이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에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성격과 생각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물흐르듯 진행되는 시공간의 변화와 인물 간의 대화. 그리고 독자들을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드는 기막힌 몇몇 장치들. 모든 것이 조화롭고 완벽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직접 소설을 써본 사람이라면 내가 한 말들을 아마 120% 이해할 거다. 소설을 쓸 때 인물 하나에 본인이 평소 갖고 있던 생각들이나 느낌 감정들을 투영하는 것은 쉽지만, 다른 인물들에게까지 각기 다른 성격과 그 성격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도록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묘사를 통해서 말이다. 어쩌면 도선생은 다중인격이거나 혹은 본인의 인격을 잘게 쪼개서 확대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평소 사람들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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