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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만화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로지 움직이는 만화, 애니메니션만 좋아라 할 뿐이다. 이건 작정하고 지른 만화책이다. 만화책 구입은 이번이 두번째다. 전에 샀던 건 중학교 동창이 낸 첫 작품이었으니, 나와 관계없는 작가의 만화책을 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빌려볼 일도 없는 내가 어떻게 이걸 살 생각을 했을까. 의외의 만남은 대학교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 3층 900번 역사 쪽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었던 이 녀석. 넌 대체 뭐란 말이냐? 먼나라 이웃나라 뭐시기 같은 것도 아닌 주제에 900번대라니? 아무리봐도 그냥 평범한 만화책이었다. 제목이 좀 역사삘이 난다는 것 뿐.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는데, 당시 내가 알렉산드로스에 열광할 때라(지금도 좋아라..) "알렉산더의 개인 서기관이었던 에우메네스"를 그린 이야기에 한껏 들떴던 기억이 난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속으로만 감탄했었다. 놀라웠던 건 정~말 재밌는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책을 본 첫 타자였다는 것이다. 빳빳해서 향기로웠던(응?) 그 때의 만화책 냄새가 아직도 떠오른다. 아마도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역사코너의 후미진 곳이라서 그랬으리라. 그 때 내가 몇 학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확하게 4권까지는 본 것 같다. 그 이후로 졸업 전까지 가끔씩 생각이 날 때마다 다음 권이 나왔는지 살펴보려 그 책장으로 가곤 했는데, 그 때마다 번번히 다음 권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이 한 권 보일 뿐이었다. 그저 만화책이라고 도서관에서 신경을 안쓰나보다 하고 말았다. 나중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작가가 답사와 고증을 하면서 그리느라고 1~2년에 한 권씩 나온댄다.(건강이 안좋다는 얘기도..)
하도 느려터진 연재 속도 때문에 졸업 후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발견하고, 7권까지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오 이건 질러야돼! 띵동~ 택배왔습니다. 역시나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1권부터 봐야했다. 사실.. 고증을 했기로서니 900번대에 꽂힐 정도로 역사 서적으로는 볼 수 없다. 책에서는 "에우메네스 사서록"을 인용하고 있지만, 진짜로 그런 책이 있어서 작가가 그걸 보고 썼는지 확실치가 않다. 찾아본 바로는 "에우메네스 사서록"은 있었는데 전해지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없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현재는 없는 것 같다. 아마 주변 사료를 적절히 활용해 픽션을 버무린 게 아닌가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간혹 몇 군데에서 일본 문화가 섞인 듯한 느낌도 나지만,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고 본다. 사료인 그리스로마 고전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픽션을 구분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여유가 된다면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이런 류의 문화물을 접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인데도 실천으로 옮기기가 참 힘들다)
완결은 아직 나지 않았다. 6권부터 알렉산드로스3세가 등장하고 주인공 에우메네스가 이제 막 필리포스2세의 원정에 참여하는 중에 끝났으니, 남아도 한참이나 남았다.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어영부영 끝내지 말고 제대로 그려주기를..
꼬다리> 어린 사람이 보기엔 좀 잔인하고 야한 부분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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