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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대 대선 직후, 제목에 끌려 바로 주문한 책이다. 완독하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내용이 어려워서 그랬던 것은 전혀 아니다. 시간 부족+게으름 때문이라고 해두자.

 

   하도 조금씩 맛깔나게 읽다보니 전체적인 내용이 잘 잡히지 않고,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적어두지 않아서 제대로 된 감상평을 쓰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그닥 어렵고 복잡한 내용도 아니라서, 혹여나 이 책의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대략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감상을 간략하게 적고자 한다.

 

   이 책의 원제는 한국판 부제에 해당하는『What's the matter with Kansas(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이다. 저자가 책을 낸 시점은 2004년 아들 부시의 대선 직전이고, 우리나라에선 그보다 많이 늦은  2012년 5월에 번역되어 나왔다.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해 표를 던지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왜 나타나게 됐는지 자신의 고향인 캔자스를 중심으로 당시의 상황을 다룬다. 비록 시기적,공간적으로 조금 동떨어진 감이 없잖아 있지만, 서민들이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 상황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과 꼭 닮아있다. 아마 어느 나라를 가든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를 단지 무식한 국민들 탓으로 돌리기에는 석연찮은 뭔가가 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일까? 내 집 앞에 원전이 들어오는 것에는 빨간띠를 싸매고 결사반대를 하면서, 원전 유치에 결사 반대하는 후보를 내팽개치고 원전 유치에 모호한 입장을 밝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평창올림픽'이 당장의 내 생활의 안전을 위협하는 원전을 이긴다. 아들의 간병비가 걱정돼서 간병비 지원에는 관심도 없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나의 경제적 고통보다 그 후보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곧 후회한다. 아니, 후회라도 하면 다행이다. 대게는 잊어버리고 4년,5년 뒤에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우습지만 우리의 현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보수 세력의 교묘한 정략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보수반동 세력이 사람들을 낙태,성매매,진화론,총기 소지,동성애 등의 문화적인 문제에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자연스레 사람들을 경제적인 관심사에서 멀어지게 하고 그들에게 표를 던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어떤 문화에 대해 분노하고 반대한다고 해서 그 문화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정치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사람들이 그런 소모적인 가치 논쟁에 정신이 팔리는 동안 정작 중요한 경제적 문제를 놓쳐버리고, 결국엔 자신의 살을 깎아먹는 그들을 위해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재밌었던 부분은 보수반동 세력이 가치 문제와 엘리트 집단에 사람들의 분노(반지성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의 표를 이끌어내는 정략을, 과거 좌파가 계급적인 분노를 이용해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넓혔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표현한 점이다. 같은 '분노'라고 해도 후자는 이성적이고 전자는 감성적이라고 한다. 사실 선거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보다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이성의 힘을 믿었지만, 18대 대선 직후 느낀 바가 크다.

 

   대체적으로 책의 내용이 우리의 상황과 여럿 비교되면서 재밌고 가슴 아프게 읽을 수 있었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이념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보수 세력은 선거 때마다 우려먹을 것이 뻔하다. 또 진보 세력의 도덕적 문제에 관해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논쟁을 만들어낼 것이다. 똑같이 더럽다면 사람들은 보수에 표를 던지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플로피 디스켓을 A4용지에 복사해서 그것을 복사본이라고 증거로 제출하는 그런 무식한 보수 세력은 이제 없다. 그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잘 활용할 줄 안다. 언론을 장악하고 이용할 줄 안다. 그에 반해 진보 세력은 너무나 무능력하다. 아직도 저항에 익숙한 그 시절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 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가난한 사람들은 진보정당을 지지해줄 것이라 믿었건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그들의 지지자들은 무식한 국민들 탓이라고 분노하기 바쁘다.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잘난 체하는 좌파놈들이 문제라며 분노한다. 젊은이들은 무식한 노인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며 욕하고 노인들은 젊은 것들이 싸가지가 없다며 욕한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갈등은 말할 것도 없다. 죽을 때까지 싸워도 결판나지 않을 갈등이다. 그렇게 싸우는 동안 정말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 경제 정책에 관한 문제는 가려진다.

 

   사실 나도 정치나 경제 이런 거 잘 모른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이념이 어떻고 저떻고, 세대갈등이 있네 어쩌네, 지역감정이 어쩌고 저쩌고, 누가 더 이미지가 좋네 마네 다 필요 없다. 내가 투표를 하는 이유는 나와 우리가 잘 먹고 잘 살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 아니겠는가. 저자도 직접적으로는 그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번쯤 읽어보면 괜찮은 책이다. 근데 내가 말한 것 이상의 별 특별한 내용은 없다.

 

 

 

꼬다리> ... 너무 없이 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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