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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고, 주말에는 약속이 있거나 지쳐 쉬다보니 책 한 권 읽기도 빠듯하다. 사놓은 책들은 책장에서 애타게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평일에는 기껏해야 30분 정도, 많으면 한 시간 정도 밖엔 투자를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것도 졸리고 뻑뻑한 눈을 비벼가면서 겨우 읽는다. 그래도 일만 하면서 멍청해지긴 싫어서 계속 읽고 생각하려고 애쓰고는 있다. 독서를 놓은 공백 기간 동안에 굳은 머리에 기름칠을 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이 이 책이다. 대학생들이 인터뷰 한 내용을 글로 정리해놓은 거라 빠른 속도로 완독할 수 있었다. 내용이 가볍기도 하거니와 IT 분야의 창업 성공 사례가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럭저럭 괜찮았다.

 

   읽고난 후에 느낀 IT 창업 사례의 성공 비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아마도 다음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정(일과 생활의 동일화 ← 스타트업 창업자에겐 필수인 듯) + 리더십과 인격 + 돈 + 운 + 사업 센스(판단력)". 전체가 100%라고 할 때 각각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자면 열정과 리더십/인격은 default, 돈 50%, 운 30%, 사업 센스 20% 정도가 아닐까.

 

   가장 공감을 많이 했던 부분은 이니시스를 설립한 권도균 대표와의 인터뷰였다.

 

   직원수가 100~200명 정도 될 때까지는, 직원들이 창업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요. 창업가가 이렇게 행동하면 따라하죠.  ...(중략)... 벤처기업이 급여가 적다고 해도 창업가가 솔선수범하는 것, 투명한 것, 믿음이 있게 행동하는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 이 회사는 정도(正道)를 걷는구나 하는 믿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은 모두 자기 회사를 마음 놓고 사랑해도 되는구나 안심하게 되지요. 대부분의 회사 직원들은 자기가 다니는 회사를 사랑하고 싶어하고 또 사랑해요.
   
   그런데 윗선(창업자, 경영진)에서 자꾸 그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불신을 줘서 문제가 생기는 거에요. 그래서 윗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이니시스도 코스닥에 등록한 후에도 한동안 제 방이 없었어요. 심지어 책상도 없었고 그냥 회의실에서 일하고 노트북 하나 들고 일하고 그랬죠. ...(중략)...
  
   직원들이 생각하기에도, 내가 책임을 져야 할 때 뒤로 빠지지 않고 앞장을 섰었고 내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졌죠. 돌아보면 나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직원들한테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 140~141쪽

 

 

   무엇을 하든지 사람과 하는 일은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사업은 특히나 그런 것 같다. 다른 조직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회사는 갑과 을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수직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갑과 을 사이의 신뢰에 조그만한 금이 가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오래 존속하지 못하거나 발전을 하더라도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인력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요즘 내가 드는 생각은 이렇다. 올바른 리더십과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운 것처럼 좋은 회사를 찾기도 힘든 것 같다는 점. 어느 조직을 가나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그 조직에서 버티려면 그 조직의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거나, 단점이 장점으로 보일 정도로 낙천적인 사람되거나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거나 IT분야에서의 창업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전부 다 성공 사례이다보니 실패의 위험성은 그다지 강조되지 않고 있다는 것과 여러 명을 인터뷰한 것이기에 심층적이지 않다는 점 뿐. "어떻게 경영에 실패하셨습니까?"하는 2탄이 나오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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