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년 반 전에 구입했던 책을(http://zero-gravity.tistory.com/201) 이제야 펼쳐봤다. 두껍고 진득거려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런 종류의 책은 명절 연휴에 읽는 것이 좋다. 특히 추석 연휴는 지루하고/머리 아프고/글자들을 삼키기가 버겁지만 언젠가는 꼭 읽어야할 혹은 읽고나면 뿌듯할 것 같은 책을 읽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시간이다. (생각해보니 작년 추석 연휴에는 집에 서버를 구축하느라 기를 다 빨렸었었던 걸로 기억한다. 재작년엔 뭐했는지 기억이 안나네;;;)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총 6일, 하루에 1.6권을 읽는다는 계획으로 읽어나갔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혀서 4일 반나절에 끝낼 수 있었다. 역시 천병희 씨가 번역한 책은 최고다 ㅠㅠ 어렸을 때, 더럽게 어려워서..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이방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호기심 때문에라도 반드시 읽게 된다는 『시지프 신화』의 첫문장이다. 『이방인』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카뮈는 이 철학적 에세이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역자 김화영씨는 작품해설에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 에세이 『시지프 신화』 이 세 작품이 카뮈 작품의 첫번째 단계인 '부조리'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희곡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소설을 이해하면 에세이 읽기가 쉽고, 에세이를 이해하면 소설이 깊이있게 다가온다. 부조리란? ..
아 읽기 싫은 제목이다. 특정 계층을 꼭 집어서 무언가를 하길 권유하는 제목. "~했어요" "~했답니다"라고 끝나고 있는 본문 내용의 서술어. 마치 글쓴이가 독자들을 교화와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팍팍 준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들은 딱 질색이다. 근데 난 왜 이걸 읽었을까. 변명(?)을 하자면 어쩔 수 없었다. 이벤트로 알라딘 신년달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정도서들 중에 하나를 골라 넣어야 했는데, 이게 그나~~마 읽을만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왠지 "마르크스"가 들어가면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란 확신에서였다. 역시나 제목에서처럼 글쓴이들이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젊은이들에게 마르크스를 읽게끔 하는 것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았다.(아니 내가 기대를 아예 안했는 지도 모른다;;) 아 여기서 ..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건 저번 학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신종플루를 겪고 난 후로 기력이 쇠약해지고 학기 말에는 모든게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틈을 타서 나의 이성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톨스토이의 말마따나 절벽에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발 밑의 끝없는 어둠을 보고 만 것이다. 사실 그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청소년기부터 사색을 할 수 있게 된 후로 몇 번이나 그 고통에 눈을 떠야만 했다. 더욱이 주위 사람들의 죽음을 겪고 난 뒤에는 니힐의 손길이 나를 에워싸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죽으면 다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스스로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이성의 이끌림을 받을 때마다 그 종착역은 자살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