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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읽기 싫은 제목이다. 특정 계층을 꼭 집어서 무언가를 하길 권유하는 제목. "~했어요" "~했답니다"라고 끝나고 있는 본문 내용의 서술어. 마치 글쓴이가 독자들을 교화와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팍팍 준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들은 딱 질색이다. 근데 난 왜 이걸 읽었을까. 변명(?)을 하자면 어쩔 수 없었다. 이벤트로 알라딘 신년달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정도서들 중에 하나를 골라 넣어야 했는데, 이게 그나~~마 읽을만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왠지 "마르크스"가 들어가면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란 확신에서였다.

   역시나 제목에서처럼 글쓴이들이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젊은이들에게 마르크스를 읽게끔 하는 것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았다.(아니 내가 기대를 아예 안했는 지도 모른다;;) 아 여기서 잠깐 "마르크스"의 표기법에 대해 말해야겠다.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오신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 분께서 말씀하시기를, 독일어 원발음에 가까운 표기는 "마르크스"가 아니라 "맑스"라고 하셨다. 일본 사람들은 "맑스" 발음이 안돼서 "마르크스"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걸 그대로 차용한 것이란다. 난 발음이 되니까 이제부터 "맑스"라고 하기로 한다.

   우치다와 이시카와는 편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독자들에게 맑스의 대표적인 저서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책을 엮었다. 그들이 이 책에서 젊은이들에게 "이것봐~ 맑스는 정말 대단하잖아! 한번 읽어보고 싶지 않아?"하며 꼬셨던 이유는 21세기에 맑스주의 이론의 효용성을 설파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들은 맑스를 만고불변의 진리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 이들이 젊은이들에게 제시하고 주목하고자 했던 것은 맑스의 "학문을 연구하는 자세"였다. 젊은 시절 자신들의 경험을 통한 바로는, 지적능력을 끌어올리는 데에 맑스의 저서들을 읽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맑스가 학문을 연구하는 자세란 이런 것이다. 일반적으로 당연하다고 통용되고 있는 이론을 의심하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던 것.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관점을 끊임없는 열정으로 저서에 투영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 열정의 밑바탕에는 과거 여러 사상가들이 그러했듯이, 인류에 대한 사랑과 사회의 진보를 꿈꿨던 그의 마음이 깔려있었다.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 배때지만 채우려는 족속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본다.

   사실 내가 맑스와 관련된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푸른숲에서 나온『마르크스 평전』으로 처음 접했었다. 헤겔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사상을 수립해가는 과정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맑스가 자식에게 보낸 편지부분이었는데, 거기엔 "모든 것을 의심해보아라"라고 쓰여있었다. 그것이 맑스가 학문을 탐구하는 기본적인 자세였다. 그 때에는 나 또한 맑스처럼 되고자, 의심하는 자세를 몸에 배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평전을 읽고나서 곧바로 짧은 분량의『공산당 선언』도 읽었다. 하지만 내내 읽고싶어 아쉬움이 남았던『자본론』을 읽을 수는 없었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당시 내 용돈으로는 책값을 충당할 수 없었고, 어떻게든 긁어모아 구입한다고 해도 그 거대한 책을 읽을만한 엄두 또한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맑스를 다시 집어든다는 것이 낡은 것으로의 회귀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막연히 덮어두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난로에 쌓였던 먼지를 털고 다시 불을 지피는 것처럼 맑스의 저서들을 모조리 읽고 싶은 마음이 충동질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책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결국 꼬임에 넘어간 것이다. 젠장!!

   이 책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맑스의 주요 저서들을 주제로 하여 편지로 그것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독일 이데올로기』까지만을 다루고 있다. 맑스의 대표작인『자본론』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물론 맑스의 대표작인 만큼 다른 저서를 얘기하면서 중간에 사알~짝 언급하고 있긴 하다) 비밀은 책의 맨 끝에 나온다. "2권"을 준비중이랜다. 털썩... 뭔가 속은 기분이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2권을 준비할 동안, 제시한 맑스의 저서들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과제까지 내준다. 이러니까 내가 책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거다!! 근데 난 어느새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그럴까?'하고 있다. 그렇다.. 내 경험상 어떤 사상가를 이해하고자 할 때에, 그 사람을 소개해주는 책을 백권천권 읽어봤자 그 사람이 쓴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휴우... 또 할 일이 생겼다. 왠지 이 젊음이 다 가기 전에 맑스를 다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이상한 의무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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