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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그중에서도 교향곡은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고 지루해하는 장르다. 처음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 때 써도 참고 마셨다가 나중에는 커피의 향과 씁쓸한 맛을 즐기게 되는 것처럼, 교향곡도 비슷하다. 조금만 참고 듣다보면 인간이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가슴깊이 소용돌이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클래식 교향곡을 듣는다고 하면 그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젠체로 받아들인다. 경험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 기본적인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띠꺼운 시선은 가볍게 무시해버리자. 그리고 당장 플레이를 눌러보자.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의 대표적인 음반들을 소개한다.

 

예브게니 므라빈스키: 완벽에 가까운 핸드드립 커피.
정명훈: 심장을 조지는 쓰리샷 아메리카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부드러운 카페라떼.
테오도르 쿠렌치스: 독특한 맛이 재밌는 솔트커피.

    교향곡을 즐겨듣지 않을 땐, 잘 몰랐던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지휘자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교향곡이 전혀 다른 곡으로 들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위의 음반들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러한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첫번째로 어쩜 이렇게 완벽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되는 므라빈스키의 지휘는 섬세함과 웅장함을 모두 잃지 않는다. 마치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사람을 대하는 느낌이랄까. 클래식 평론가들이 단연 으뜸으로 꼽는 이 음반을 들어보면 그저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번째, 우리나라 지휘자 정명훈의 지휘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그러면서도 정도를 벗어나진 않는다. 부드럽게 끌고나가면서 몰아칠 때 몰아치고 밑으로 꺼질 땐 한없이 떨어진다. 특히 1악장은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고 아릅답다. 차이콥스키가 부활해서 정명훈이 지휘한 자신의 곡을 듣는다면 분명 눈물 한 방울 흘리리라.


    세번째,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폰 카라얀. 이 사람이 유명한 이유는 지휘를 잘한 것도 있지만, 많은 수의 음반 발매와 엄청난 양의 음반 판매량 때문이라고 한다. 들어보면 "맛깔나게 지휘한다."는 표현이 딱 맞다. 지휘한 곡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감탄하는 게 아니라, '도대체 이 사람은 못하는 게 뭐지?' 하는 생각 때문에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 테오도르 쿠렌치스. 아 이 사람이 지휘한 곡은 속된 말로 정말 골때린다. '아니,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석한다고?!' 소개한 네 개의 음반 중에 가장 독특하다. 아마도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미치도록 섬세한 표현과 극단적인 해석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듣는 내내 참 재밌었다. 만약 비창 입문자라면 다른 지휘자가 지휘한 곡을 먼저 들어본 뒤에 들어볼 것을 권한다. 이 사람의 곡을 처음으로 듣는다면 이걸 오리지널 커피로 여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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