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카뮈! 그의 작품을 읽고있노라면, 라울 뒤피의 화사하면서도 아련한 그림들이 떠오른다. 장면과 인물에 대한 시각적인 묘사를 눈으로 따라가다보면 주인공의 인생이 수채화 물감으로 붓질하듯 번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이전 작품들의 아름다운 필체에서도 느꼈지만, 정말 카뮈는 진정 '인생을 사랑'한 작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바탕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고민"은 아니다. "생각"이라고 해야 한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文과 哲을 잘 버무리고 세련되기까지 한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도스또옙스끼와 카뮈 갑작스런 자동차 사고로 예기치 않게 마지막 작품이 된 『최초의 인간』이란 작품의 감상평을 하기에 앞서, 잠시 내가 그토록 좋아해 마지않는-그래, 나는 도빠다.-도..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이방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호기심 때문에라도 반드시 읽게 된다는 『시지프 신화』의 첫문장이다. 『이방인』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카뮈는 이 철학적 에세이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역자 김화영씨는 작품해설에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 에세이 『시지프 신화』 이 세 작품이 카뮈 작품의 첫번째 단계인 '부조리'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희곡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소설을 이해하면 에세이 읽기가 쉽고, 에세이를 이해하면 소설이 깊이있게 다가온다. 부조리란? ..
책을 펼쳤다. 첫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도로 덮었다. 왠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읽어나갔다. 소설본문은 책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절반에 약간 못미쳤다. 절반이 약간 넘는 나머지 부분은 외국인의 논문, 역자의 작품해설, 카뮈의 미국판 서문,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편지, 작가연보가 실려있다. 소설의 내용보다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읽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1부는 주인공이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툭툭 내뱉는 문체로 쓰여졌다. 1부와 2부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주인공은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 뫼르소다. (뒤에 역자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뫼르소'는 바다와 죽음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