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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잰슨의 서양미술사에 이어 같은 제목의 책을 또 사서 읽었다. 진중권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의 책을 선택했다. 왜냐면 08년 겨울에 알라딘 이벤트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Ⅰ권 친필사인본 무료증정에 당첨됐었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짝을 맞춰서 한꺼번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Ⅱ권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모더니즘편은 3년이 지나서야 나왔다. 잰슨씨의 것도 읽었겠다, 작년 여름에 나온 Ⅱ권을 주문해서 이참에 묵혀놨던 책을 읽어버렸다. 






   책표지와 제목이 많이 바껴서 내가 찾는 책이 이 책이 맞나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내용은 똑같다. "서양미술사Ⅰ"로 나온 것은 현재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편"으로 출간하고 있다.


   책겉표지에 써있는 작은 글씨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미학의 눈으로 보는" 서양미술사이다. 기존의 서양미술사 책들, 그러니까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나 잰스의 서양미술사 등이 역사적 흐름에 따라 시기별로 작가와 작품을 정리했다면, 이 책은 거기서 약간 벗어나서 미학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흐름을 버리고 서술하지는 않았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논리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의 통일"을 이루려했다고 한다. 각 장은 쳬계적으로 서술하면서 장들이 모였을 때 통시적 성격을 띄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만큼 엄청 깊이있게 들어가진 못했다.


   이 책의 주안점은 "왜?"라는 물음이다. 왜 원근법이 탄생했는지, 왜 러시아에서는 역원근법을 사용했는지, 왜 피카소는 입체주의를 들고 나왔는지, 왜 다다가 출현했는지 등등.. 그 "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의 끝장에 와있다. 작가와 작품의 나열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사실 서양미술사를 전혀 모르는 입문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모더니즘편의 경우, 현대미술의 흐름이 美보다 관념이 비대해지기 때문에 고전예술편보다 이해하기 버거울 수도 있다. 나 또한 잰슨씨의 것을 먼저 읽지 않았더라면 좀 어렵게 다가왔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최대한 재밌게 논리적으로 연결시키려고 노력한다. 고전예술편에서는 유명인들의 논문을 인용한 것이 돋보이고, 모더니즘편에서는 각 이즘의 선언과 강령을 인용한 것이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얇은 두께에 도판도 적절히 있어서 서양미술사를 가볍게 산책하기에 적당한 책이다. 물론, 수준이 낮은 편은 아니다. 서양미술사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책들에 도전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이 책부터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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