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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많이 추워졌다. 스키장도 개장했댄다. 짧았던 가을이 가고, 겨울이 점점 오나보다. 추운 겨울에는 도스또옙스키를 읽어줘야 겨울맛이 난다. 이제 슬슬 도선생과 데이트할 때가 됐다. ㅋㅋ  내가 그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포스팅한 날짜를 보니 1월이었다. 그의 전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공언을 하기도 했거니와(http://zero-gravity.tistory.com/93), 난 한다고 마음 먹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간에 끝을 보는 성격이니...  차근히 또 다시 시작하려고 책을 집어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러시아 소설을 접한 탓인지 등장인물 이름들 기억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K공작이 모르다소프라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찾아오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내레이터가 이야기를 늘어놓는 식이다.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소설에서는 내레이터가 이 여자를 "우리의 여주인공"이라고 얘기하는데.. 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가 자기 딸인 지나를 반송장이나 다름없는 늙은 K공작과 결혼시키려는 그런 이야기다. 줄거리는 별 다르게 이야기할 것도 없다. (제목이 왜 『아저씨의 꿈』인지는 읽어보면 아하~ 할 것이다) 희곡으로 편집할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라 그런지 재밌는 요소도 있어서, 심각하고 딱딱한 것보다 가벼운 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도선생 작품들 중에는 쉽고 재밌게 후루룩 읽을 수 있을 만한 소설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내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문과 남의 이목에 민감한 지방 특유의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뿐(그 시대에는 놀이 문화가 부족해서 그런 게 특히 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의 사생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가십거리를 만들어내고 하는 그런 것들..). 사실 인물들의 날카로운 심리묘사라든지 작품이 던지는 사상적이고 심오한 메시지라든지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그의 후기 작품을 따라오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개인적으론 웃기지도 않고, 별 재미도 없었다.


   이 소설은 도선생이 4년 간의 시베리아 유형 생활을 끝내고 쓴 첫 작품이다. 그 스스로가 이 작품에 대해 말하기를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 의미이지 특별히 애정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형편없는 소설이라고 폄하했다고 한다. 그냥 이 작품은 초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에 위치해서, 유형 생활 이후에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연습작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읽어보면 작품의 성격도 뭔가 어중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냥 그럭저럭 재미는 있는데 아직은 도선생 작품 특유의 숨이 할딱이며 미칠듯이 빨려들어가는 몰입도는 떨어지는... 그런 정도. 이거 다음에 읽을 『상처받은 사람들』도 비슷하다고 하니, 기대는 적당히 해둬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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