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추워졌다. 스키장도 개장했댄다. 짧았던 가을이 가고, 겨울이 점점 오나보다. 추운 겨울에는 도스또옙스키를 읽어줘야 겨울맛이 난다. 이제 슬슬 도선생과 데이트할 때가 됐다. ㅋㅋ 내가 그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포스팅한 날짜를 보니 1월이었다. 그의 전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공언을 하기도 했거니와(http://zero-gravity.tistory.com/93), 난 한다고 마음 먹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간에 끝을 보는 성격이니... 차근히 또 다시 시작하려고 책을 집어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러시아 소설을 접한 탓인지 등장인물 이름들 기억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K공작이 모르다소프라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찾아오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내레이터가 이야기를 늘어놓는 식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걸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여.. 그래서 뭐 어쨌다고.. 뭐냐 이건..' 끝날 때까지 드는 똑같은 생각이다. 도대체 이걸 왜 썼을까. 무슨 생각으로 썼을까. 이걸로 뭘 말하고 싶은 걸까. 그냥 다음 작품을 위한 연습이었을까?『분신』을 발표했을 당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외면 당하고, 비평가들한텐 실패작이라고 질타 받았다고 한다.(그러나 저자 자신은『가난한 사람들』보다 열 배는 더 훌륭하다고 엄청난 자부심을 표현했다고..) 그의 작품을『분신』까지만 읽었더라면 그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소설의 내용은 별 거 없다. 뻬쩨르부르그의 9등 문관 골랴드낀씨가 자신과 똑같은 이름과 성, 똑같은 생김새의 작은 골랴드낀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정신 나간 이야기이..
도스또예프스키가 24살에 집필, 다음해인 1846년에 발표해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맨 뒤에 옮긴이의 작품설명을 보면 고골과 당시 유행했던 소설의 특징 등을 알아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나보다. (고골과 푸쉬킨의 소설은 도스또옙스키의 소설에서 자주 언급된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낡아빠진 서한체 연애 소설을 문학에 관한 진지한 담론으로 변형시킨 진정한 천재성을 이미 이때부터 보여줬던" 작품이란다. 근데 왜 나는 뒷부분이 느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낡아빠진 서한체 연애 소설만은 아님이 분명하지만, 사실 난 이 작품에서 도스또옙스키의 천재성을 느낄 만큼 감명을 받진 못했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다 보니 말년에 쓴 작품인『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비하면 작품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날 수밖에 없다. 그..
도스또예프스키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의 소유자다. 차근히 시간이 되는 대로 그의 작품을 한 권씩 읽어나갈 계획이다. 되도록이면 순차적으로 읽기로 한다. 실력이 미천하여 번역본을 비교해본다든가 러시아어로 된 원서를 줄줄줄 읽는다든가 하는 것들은 못한다. (언어에 다재다능한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그저 지금껏 해오던 대로 개인적인 감상평을 남길 생각이다. 가난한 사람들(Бедные люди), 1846분신(Двойник: Петербургская поэма), 1846네또츠까 네즈바노바(Неточка Незванова), 1849아저씨의 꿈(Дядюшкин сон), 1859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Село Степанчиково и его обитатели), 1859상처받은 사람들(Унижен..
드디어 완독했다! 중간에 연말에 여행을 다녀오느냐고 공백기가 있어서 그리 집중력 있게 읽진 못했지만(원래 쉬지 않고 한번에 집중해서 해치우는 성격인지라..), 어쨌거나 끝마쳤다. 상중하로 나누어진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잃지 않고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전적으로 미친글빨의 도스토예프스키 공이 컸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1300여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까라마조프家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므로 일일히 그 줄거리를 서술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 책의 하편 끝에 잘 요약되어 있다. 다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짤막하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사실『죄와벌』의 애매모호한 결말 때문이었다. 정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