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클리 레이다락을 오래 써왔는데, 요즘은 해 질 무렵부터 뛰기 시작해서 해가 지고 나서야 끝나는 러닝이 많다 보니 변색렌즈 고글이 하나 있으면 딱이겠다 싶었다. 그래서 눈여겨보던 게 루디 프로젝트(Rudy Project)의 라이돈(Rydon)이었다. 사이클링 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모델이라길래 큰 고민 없이 픽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예상 못 한 상황에서 제대로 진가를 확인하게 됐다.

박스 열자마자 든 생각은 "생각보다 프레임이 단단하다"였다. 노즈피스랑 템플팁(귀에 닿는 다리 부분)이 다 조절되는 구조라 얼굴에 맞춰 이것저것 만져볼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렌즈도 필요하면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이라 하나 사두면 오래 우려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써보니 얼굴에 착 감기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 코와 관자놀이 쪽을 눌러가며 조절하니 내 얼굴에 맞게 딱 고정되는 느낌이었고, 답답하게 조이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안착됐다. 이 정도면 그냥 동네 가볍게 뛸 때도 부담 없이 걸치고 나갈 만하다 싶었다.

문제는 이날이었다. 나갈 땐 분명 멀쩡했는데 뛰다 보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거다. 우비도 없이 그냥 맞고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오늘 러닝 완전 망했다' 싶었는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라이돈 성능이나 제대로 확인해보자는 마음으로 끝까지 달렸다.

결과는 의외였다. 변색렌즈 보려고 산 고글인데, 비 오는 날엔 또 다른 역할을 하더라. 빗물이 눈으로 바로 들어오는 걸 막아주니까 시야 확보가 훨씬 편했다. 내가 10년 넘게 오클리 레이다락을 써와서 아는데, 레이다락은 땀 좀 흘리면서 뛰다 보면 코받침이 슬슬 흘러내리는 순간이 꼭 있었다. 근데 라이돈은 땀범벅에 비까지 맞아 얼굴이 엉망이었는데도 흘러내리거나 미끄러지는 일 없이 끝까지 제자리를 지켜줬다. 이 정도면 우중 러닝용으로도 합격점이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우중 러닝을 완주하고 나서 기록을 확인하는데, 고생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러닝이었다. 처음엔 해질녘 러닝 대비 변색렌즈 보고 산 고글이었는데, 이번 일로 미끄러짐 걱정 없이 믿고 쓸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확신까지 덤으로 얻었다. 맑은 날이든 비 오는 날이든 러닝에서 제 몫을 해주는 모델인 듯!
오래오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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