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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혁명가들이나 위인들의 평전이나 자서전이 그렇듯 크로포트킨의 자서전도 그 두께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읽는데에는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그 내용이 무겁지는 않았지만 가벼워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짧막하고 담백한 문장들은 유려한 필체로 한편의 목가적 소설을 읽는 듯했다. 비록 전문서적이 아닌 자서전이지만, 크로포트킨이 민중을 위했던 그 성격이 그의 필체에서 나타나는 것이 엿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그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러시아의 차르와 귀족들부터 노동자와 농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상세히 묘사하여 자서전이 사료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만큼 역사서적으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자서전들과는 다르게 주인공 자신의 개인적인 내적 심리묘사를 한 부분을 찾기가 어려운 것과도 연관된다. 그는 관심의 중심을 일관되게 동시대의 일반 대중과 시대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나키즘에 대해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의아해할 것이다. 아나키즘에서도 개인주의적 아나키즘과 사회주의적 아나키즘을 분류하기도 하지만,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은 서로가 각자의 생존,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고, 크로포트킨이 추구했던 아나코 코뮌주의로 결국에 그 본류에 흐르고 있는 것은 "인류애"이다. 그의 자서전 속에서도 그것은 여실히 드러난다. 만약 그가 추구했던 아나키즘 이론에 대한 것이나 그 구체적인 상세한 내용을 기대했다면 그가 쓴 본문에서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이러한 부분은 책의 뒷부분에 이문창님이 해설하신 "크로포트킨과 그의 시대"를 통해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를 비롯하여 유럽의 혁명물결과 아나키스트들의 활동, 다양한 계층을 접하며 체험하며 겪은 그들의 삶, 그의 삶 근저에 흐르고 있는 끝없는 인류애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또한 아나키즘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나키즘의 입문서로 가히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꼬다리> 책의 명성에 비해 오탈자와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더러 보이고, 마감이 좋지 않아 잘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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