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추워졌다. 스키장도 개장했댄다. 짧았던 가을이 가고, 겨울이 점점 오나보다. 추운 겨울에는 도스또옙스키를 읽어줘야 겨울맛이 난다. 이제 슬슬 도선생과 데이트할 때가 됐다. ㅋㅋ 내가 그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포스팅한 날짜를 보니 1월이었다. 그의 전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공언을 하기도 했거니와(http://zero-gravity.tistory.com/93), 난 한다고 마음 먹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간에 끝을 보는 성격이니... 차근히 또 다시 시작하려고 책을 집어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러시아 소설을 접한 탓인지 등장인물 이름들 기억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K공작이 모르다소프라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찾아오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내레이터가 이야기를 늘어놓는 식이다...
읽은 지는 꽤나 오래됐는데 블로그에 글 올리기가 참 귀찮았다. 소설도 미완성이어서 쓸 마음도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간단한 감상은 끄적거려야겠기에... 도스또옙스키는 이 소설을 본격적으로 막장 등장 인물에 막장 이야기로 꾸려보려고 거창하게 계획했던 것 같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아주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네또츠까의 일생을 그린... 아니 그리려했던 소설이다. 네또츠까는 부모를 잘못 만나서 불행한 집안에서 자라 성격이 내성적이며 조그마한 자극에도 발작을 일으키고 열병을 앓는 여자 아이다. (참고로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에 있어서 그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가지를 꼽는다면 "시베리아 유형", "간질병",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도스또예프스끼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걸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여.. 그래서 뭐 어쨌다고.. 뭐냐 이건..' 끝날 때까지 드는 똑같은 생각이다. 도대체 이걸 왜 썼을까. 무슨 생각으로 썼을까. 이걸로 뭘 말하고 싶은 걸까. 그냥 다음 작품을 위한 연습이었을까?『분신』을 발표했을 당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외면 당하고, 비평가들한텐 실패작이라고 질타 받았다고 한다.(그러나 저자 자신은『가난한 사람들』보다 열 배는 더 훌륭하다고 엄청난 자부심을 표현했다고..) 그의 작품을『분신』까지만 읽었더라면 그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소설의 내용은 별 거 없다. 뻬쩨르부르그의 9등 문관 골랴드낀씨가 자신과 똑같은 이름과 성, 똑같은 생김새의 작은 골랴드낀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정신 나간 이야기이..
도스또예프스키가 24살에 집필, 다음해인 1846년에 발표해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맨 뒤에 옮긴이의 작품설명을 보면 고골과 당시 유행했던 소설의 특징 등을 알아야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나보다. (고골과 푸쉬킨의 소설은 도스또옙스키의 소설에서 자주 언급된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낡아빠진 서한체 연애 소설을 문학에 관한 진지한 담론으로 변형시킨 진정한 천재성을 이미 이때부터 보여줬던" 작품이란다. 근데 왜 나는 뒷부분이 느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낡아빠진 서한체 연애 소설만은 아님이 분명하지만, 사실 난 이 작품에서 도스또옙스키의 천재성을 느낄 만큼 감명을 받진 못했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다 보니 말년에 쓴 작품인『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비하면 작품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날 수밖에 없다. 그..
5월 초에 군산에 여행갈 일이 있었는데, 지나가다 채만식문학관이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 읽어보라던 『탁류』가 떠올라 구매를 해놨었다. 별 생각없이 앞에 해설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헐 이건 뭐지? 채만식도 친일행위라니..(나만 몰랐나?;;) 엮은이 공종구씨는 채만식이 "해방 직후 적지 않은 문인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 행적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나 성찰 없이 목전의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권력 투쟁에 골몰하던 현실에 환멸의 비애만을 경험하며 낙향"(11ㅉ)했다고 한다.(맨 뒤의 작가연보에 그의 친일작품들은 쏙 빼놓은 반면「민족의 죄인」은 기입해놨다) 해방 후에「민족의 죄인」(1948)을 발표하며 자신의 친일행위를 고백,변명했다고는 하지만, 최남선처럼 기막힌 변신을 하지 않았다고 칭찬할 수는 없을 ..
광장 6월에는 왠지 『광장』을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수능 모의고사 단골문제였고, 주변의 여럿이 추천해줬던 그 소설. 조금 부끄럽게도 오랫동안 끝끝내 버티다가 지금에서야 읽고 말았다. 요즘은 책 추천해주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추천하는 책이라고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린왕자』도 절대 안읽겠다고 다짐하다가, 자꾸만 그 책이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에 오르는 바람에 모르는 티 내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적이 있다. 『광장』은 순전히 자발적으로 읽었다. 내용이야 읽기 전부터 익히 알았던 터라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뒤에 붙어있는 두 편의 해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많이 이야기 돼있는 편이고, 그리 난해할 것도 없어서 따로 써낼 ..
책을 펼쳤다. 첫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도로 덮었다. 왠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읽어나갔다. 소설본문은 책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절반에 약간 못미쳤다. 절반이 약간 넘는 나머지 부분은 외국인의 논문, 역자의 작품해설, 카뮈의 미국판 서문,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편지, 작가연보가 실려있다. 소설의 내용보다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읽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1부는 주인공이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툭툭 내뱉는 문체로 쓰여졌다. 1부와 2부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주인공은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 뫼르소다. (뒤에 역자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뫼르소'는 바다와 죽음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