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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또예프스끼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걸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여.. 그래서 뭐 어쨌다고.. 뭐냐 이건..' 끝날 때까지 드는 똑같은 생각이다. 도대체 이걸 왜 썼을까. 무슨 생각으로 썼을까. 이걸로 뭘 말하고 싶은 걸까. 그냥 다음 작품을 위한 연습이었을까?『분신』을 발표했을 당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외면 당하고, 비평가들한텐 실패작이라고 질타 받았다고 한다.(그러나 저자 자신은『가난한 사람들』보다 열 배는 더 훌륭하다고 엄청난 자부심을 표현했다고..)  그의 작품을『분신』까지만 읽었더라면 그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소설의 내용은 별 거 없다. 뻬쩨르부르그의 9등 문관 골랴드낀씨가 자신과 똑같은 이름과 성, 똑같은 생김새의 작은 골랴드낀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정신 나간 이야기이다. "정신 나간 이야기"라는 표현이 딱 적절하다. 정말로 주인공의 분신이 나타나서 그런 일을 실제로 겪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정신분열 속에 내가 놀아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제목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읽다가 제목 확인 뒤 "아하~"하고서도 긴가민가 했다. 내용 자체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면서 이 소설을 끝까지 놓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결말이 궁금해서였다. 그러나 결말은 어이없었다. 약병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장면, 끄레스찌얀 이바노비치의 등장에서 감이 팍 왔지만, 진짜로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것으로 끝날 줄이야..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도스또옙스끼다운 주인공의 정신 나간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내가 읽은 도선생의 작품에서 평범한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뭔가 내적인 갈등이 많고, 성격이 극단적이다. 확실히 자극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또 그런 인물들이 세상에 있을 법하다는 것,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켜 빠져들게 만든다는 것. 그 때문에 그의 소설이 재밌게 읽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분신』을 발표하고 나서 주인공 골랴드낀을 자기가 발견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전형이라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그는 계속해서 후속 작품들 속에 그런 인물들을 창조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작품만을 놓고 봤을 때는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다. 그러나 뒤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고, 이 작품은 뒤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도스또옙스끼의 관련 논문, 작품해설 등에서 라스꼴리니꼬프를 스비드리가일로프와 연결시키는 것을 절묘한 끼워맞추기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된다. 『분신』은 도스또옙스끼 작품들 속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로 보면 될 것 같다.




꼬다리> 도선생 글이 원래 주인공의 생각이라든가 대사가 드럽게 많긴 하지만, 헛껍데기처럼 느껴지는 곳은 별로 없는 편이다. 지나치게 지껄이는 것 아닌가 하고 따져봐도 다 적절하게 쓰임이 있는 문장들이다. 없으면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근데 여기선 아무래도 아직 두번째 작품이라서 그런지 쓸모 없는 난잡함이 많이 느껴졌다. 역시 처음부터 대작을 쓰는 작가는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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