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재미없진 않았다. 역시 대작은 대작인가 보다. 민음사에서 나온 것은 1,2권으로 분권되어 있는데, 내용상 읽는 데에 버거운 것은 없었다.(민음사에서 나온 것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세로로 길쭉해서 책 펼치기가 불편하다) 고전소설이 삼류소설과 구분되는 점은 훌륭한 필치도 필치이려니와 무엇보다 작품 속에 시대상과 작가의 사상을 반영한다는 점에 있다. 『부활』은 그 점을 제대로 녹여냈다고 본다. 민중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정말로 톨스토이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타락에서 갱생으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드미트리 네흘류도프 공작'은 톨스토이적인 인물의 전형이다. 그가 상류사회의 안일하고 타락한 생활에서 '부활'하게 되는 계기는 과거 자신이 농락했던 '카튜샤 마슬로바'의 형사재판 배심원으로 ..
도스또예프스끼(이하 도선생으로 칭함)를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추천한 이 책을 한 권 더 읽어보기로 했다. 휴~ 도선생이 날 순순히 보내주지 않는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지하생활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수기로 적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에 읽었던 도선생의 작품들과는 달리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졌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은 대개 가볍고 쉽게 읽히지만, 이 작품은 얇은 두께임에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이 책은 제1부 지하실, 제2부 진눈깨비 때문에로 나뉜다. 시간상으로는 2부가 먼저이고 1부가 나중이다. 1부에서는 40대의 지하생활자가 가상의 말벗(신사 양반)을 상대로 철학적 문제에 관한 논쟁을 벌인다. 처음부터 내용이 압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드디어 완독했다! 중간에 연말에 여행을 다녀오느냐고 공백기가 있어서 그리 집중력 있게 읽진 못했지만(원래 쉬지 않고 한번에 집중해서 해치우는 성격인지라..), 어쨌거나 끝마쳤다. 상중하로 나누어진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잃지 않고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전적으로 미친글빨의 도스토예프스키 공이 컸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1300여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까라마조프家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므로 일일히 그 줄거리를 서술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 책의 하편 끝에 잘 요약되어 있다. 다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들을 짤막하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사실『죄와벌』의 애매모호한 결말 때문이었다. 정확히 ..
"죄와 벌". 이 딱딱한 제목은 웬지 죄를 지어 벌을 받고 구원에 이른다는 종교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것 같아 펼치기 꺼려지게 했다. 내용 또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한 간접설교로 가득하며 지루하고 따분할 것만 같았다. 물론 제목에서 예상했던 것과 같은 비슷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 내용전개에 있어서는 내 예상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숨막히는 폭풍전개와 탐정소설 뺨치는 심리싸움은 700쪽이 넘어가는 책의 두께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의무감에 펼쳐든 책을 단 4일만에 완독해버렸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대학을 휴학한 상태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좁은 하숙집 골방에 틀어박혀 공상을 거듭한 끝에 범행을 계획하게 된다. 그건 다름아닌 전당포 고리대금업을 하는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없애..
4대 비극과 5대 희극을 모두 모아놔서 이 한 권으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들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번역본에 비해 굉장히 부드럽고 편안하고 쉬운 문체로 쓰여져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뭔가 더 깊고 원작과 비슷한 맛을 원한다면, 이 책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현실성이나 이야기의 탄탄함을 염두에 두고 읽기 보다는 표현의 예술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것에 충실한 번역이 아니라, 셰익스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쉬운 문체의 번역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셰익스피어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해보인다. 하지만, 정말로 셰익스피어를 처음 읽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