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또옙스끼가 좋아한 러시아 작가가 두 명 있다. 뿌쉬낀과 고골. 이 사람들의 작품이 그의 소설에 여러번 인용된 적이 있어서, 언젠가는 한번 이들 작품을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둘중에선 고골의 작품을 먼저 읽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가진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자책 전집에는 뿌쉬낀의 작품밖에 없었기에 먼저 손을 댄 것이 『예브게니 오네긴』이다. 중심 주제는 오네긴과 따찌야나 간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오네긴-따지야나, 렌스끼(오네긴의 친구인 시인)-올가(따지야나의 친동생) 이렇게 짝지어진다. 렌스끼로 통해 표현되는 짙은 낭만주의 색채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고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어찌보면 구닥다리 같기도 하지만 구식 표현이라고 단정짓기엔 너무나 멋진 글들이 많다. 운문소설이라는 ..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약한 마음뽈준꼬프정직한 도둑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백야꼬마영웅 7개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낭만적이지만 촌스럽게 격정적이지 않고, 도선생답지 않은 부드러움이 흐르지만 날카로운 시선 또한 언뜻 보인다. 뭔가 기존의 도선생 작품들에서 느꼈던 음침함과는 대비되는 작품들로 구성돼있다. 이들 7개 작품중에 내가 생각하는 도선생다운 작품을 꼽자면 「약한 마음」, 「뽈준꼬프」, 「정직한 도둑」,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이다. 물론 그가 쓴 작품들이기에 그답지 않은 작품이 어디있겠냐만은, 7개 작품들 중에 그나마 어둡고 더러운 느낌을 받은 작품을 꼽아보면 저정도 되겠다. 대체로 사랑 얘기가 많았고,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불륜&삼각관계 모음집"이었다. 도선생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푸..
아, 카뮈! 그의 작품을 읽고있노라면, 라울 뒤피의 화사하면서도 아련한 그림들이 떠오른다. 장면과 인물에 대한 시각적인 묘사를 눈으로 따라가다보면 주인공의 인생이 수채화 물감으로 붓질하듯 번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이전 작품들의 아름다운 필체에서도 느꼈지만, 정말 카뮈는 진정 '인생을 사랑'한 작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바탕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고민"은 아니다. "생각"이라고 해야 한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文과 哲을 잘 버무리고 세련되기까지 한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도스또옙스끼와 카뮈 갑작스런 자동차 사고로 예기치 않게 마지막 작품이 된 『최초의 인간』이란 작품의 감상평을 하기에 앞서, 잠시 내가 그토록 좋아해 마지않는-그래, 나는 도빠다.-도..
이 책에 손을 댔던 게 작년 10월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해가 바뀌어 벚꽃이 한창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한 두달 정도는 건강이 매우 안좋았고, 그와중에 계속해서 또라이를 상대하느라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연말연초에는 일이 몰리는 바람에 책을 들여다볼 여유가 전혀 없었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도 소설책 한 권 읽는 데에 반년이 걸린 것은 순전히 내 게으름 탓이다. 이렇게 말해도 사실 도선생 탓을 좀 하고 싶기는 하다. 읽어보면 분명 잘 쓰여진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스토리 구성이나 쓰여진 문장들을 보면 많이 생각하고 가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심리 묘사를 하는 부분과 발꼬프스키 공작과 바냐의 술집 대화 장면은 과연 도스또옙스키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소설..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겪어온 15명의 여성들을 인터뷰 한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인터뷰라고는 하지만, 여느 평범한 책들처럼 묻고 답하기만 한 단순 인터뷰가 아니다. 저자가 능수능란하게 인터뷰 대상의 구술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또 편집/가공하며 마지막엔 분석까지, 그야말로 완벽하다 싶을 정도다. 애석하게도 나는 이 책을 비판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저자의 의도와 목적에 절절히 공감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보자면,,, 퇴근 후에 조금씩 읽었는데, 매일밤 할머니들의 살아오신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리 유쾌하게 술술 읽히진 않았다. 눈 앞이 흐려지고 목이 메어서 읽고 덮고 하기를 반복했다. 이성적인 성격이라 웬만한 거에는 울지 않는데, 이 책에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전태일 ..
저녁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고, 주말에는 약속이 있거나 지쳐 쉬다보니 책 한 권 읽기도 빠듯하다. 사놓은 책들은 책장에서 애타게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평일에는 기껏해야 30분 정도, 많으면 한 시간 정도 밖엔 투자를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것도 졸리고 뻑뻑한 눈을 비벼가면서 겨우 읽는다. 그래도 일만 하면서 멍청해지긴 싫어서 계속 읽고 생각하려고 애쓰고는 있다. 독서를 놓은 공백 기간 동안에 굳은 머리에 기름칠을 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이 이 책이다. 대학생들이 인터뷰 한 내용을 글로 정리해놓은 거라 빠른 속도로 완독할 수 있었다. 내용이 가볍기도 하거니와 IT 분야의 창업 성공 사례가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럭저럭 괜찮았다. 읽고난 후..
헐, 대~~~~~박!!!! 이 엄청난 크기를 보라. 정가 8만. 50%할인 중에 쿠폰이랑 이것저것 적용해서 3만5천에 겟! 싸다 싸!!! 자길 구입한 걸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듯이 모나리자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이힛~ 커버를 펼치면 그림을 찾을 수 있는 DVD가 하나 들어있고, 장마다 서문에 설명이 충실하게 되어있다. 아 정말 잘 산 것 같다. ㅠㅠ 본격적으로 장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그림이 큼지막하게 있고 옆에 설명을 다 해놨다. 아 정말 이렇게 방대할 수가 없다. 이 책의 풍부함에 비하면 내가 이 책을 구입하느라고 들인 3만 5천원은 헐값이다 헐값! 책장 한쪽에 껴놨는데, 크기에서 다른 책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다. 훗날 파리에 다시 가기 전에 반드시 일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