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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study)/- 문학 ⑧ⓞⓞ

광장/구운몽, 최인훈

공부하는 나부랭이, 무중력고기 2012.06.15 12:03


   광장


   6월에는 왠지 『광장』을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수능 모의고사 단골문제였고, 주변의 여럿이 추천해줬던 그 소설. 조금 부끄럽게도 오랫동안 끝끝내 버티다가 지금에서야 읽고 말았다. 요즘은 책 추천해주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추천하는 책이라고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린왕자』도 절대 안읽겠다고 다짐하다가, 자꾸만 그 책이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에 오르는 바람에 모르는 티 내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적이 있다. 『광장』은 순전히 자발적으로 읽었다. 내용이야 읽기 전부터 익히 알았던 터라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뒤에 붙어있는 두 편의 해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많이 이야기 돼있는 편이고, 그리 난해할 것도 없어서 따로 써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괜히 말해봤자 앵무새처럼 보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느낀 감상은 끄적거려야겠기에..


   내용을 아주 짧고 굵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주인공 이명준은 해방이후의 이념 갈등 속에서 남한과 북한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북으로 넘어간 뒤 한국전쟁에 인민군으로 참여했다가 포로로 잡힌다. 그는 남한과 북한을 모두 거부하고 제3국을 택하는데, 마지막엔 제3국으로 가는 타고르호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그 자살은 은혜와 딸로 상징되는 크고 작은 갈매기에게 이끌린 결과였다. 이념이 아닌 사랑을 택한 것이다. 아마도 이 소설의 지향성을 가장 잘 나타낸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과 더불어 이 대사가 아닌가 한다.


   "나? 나 같으면 이따위 바보짓은 안 해. 전쟁 따윈 안 해. 나라면 이런 내각 명령을 내겠어. 무릇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은 삶을 사랑하는 의무를 진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인민의 적이며, 자본가의 개이며, 제국주의자들의 스파이다. 누구를 묻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자는 인민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한다. 이렇게 말이야." (161ㅉ)


   왜 하필 사랑인가? 이념에 대한 회의 끝에 억지로 쥐어짜낸 희망이 결국 사랑이었던가. 조금은 실망스러운 결말. 하지만 어쩌면 세상사 모든 목적이 사랑이 아니라면 까닭 없을지도 모른다. 그 사랑의 대상이 소설에서는 '몸의 길'이 터놓은 은혜와 딸에 대한 한정적인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작가는 그것을 통해 독자들이 더 큰 대상으로 옮겨가길 바랐을 것이다. 이념이란 것도 결국엔 인류에 대한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


   남과 북의 '신도'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꼬다리> 모의고사 지문으로 나올 때 왜 그렇게 (중략)(중략)이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야한 부분은 다 잘렸던 것이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응?!) 중학교 사회시간에 『데카메론』을 배우고 도서실에 달려갔던 것처럼 ㅡ_-;; 그 땐 다 그런거니까..



   구운몽


   『광장』뒤에 이어지는 『구운몽』또한 형식과 내용전개에 있어서는 전혀 판이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같다고 할 수 있다. 회상과 현실이 잘 들어맞는 『광장』을 읽다가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이지 분간이 안가는 『구운몽』을 읽기 시작하면 머리가 뱅뱅돈다. 『구운몽』은『광장』보다 뒤인 1962년에 씌어진 소설로, 김만중의 구운몽을 패러디해서 4.19와 5.16군사쿠데타에 반응하기 위해 쓴 것이라 한다. 『구운몽』에서도 광장과 밀실이 등장하는 점과 주인공 독고민獨孤'民'이라는 의미심장한 이름, 속임과 배신 등을 통해 볼 때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어렴풋 짐작이 가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6개의 프레임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해설을 읽어보지 않으면 수수께기를 풀기가 쉽지 않다. (사실 해설을 읽어봐도 그리 썩 시원스럽지도 않다)


   그래도 하나 확실히 와닿는 핵심 주제는 역시 '사랑'이다.


"피닉스는 다시 날까요?"

"사랑이 있는 한 날 것입니다." (301ㅉ)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남자는 그 물음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이 우뚝 걸음을 멈춘다. 여자도 선다. 남자가 두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는다.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신기한 보물을 유심히 사랑스럽게 즐기듯.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330ㅉ)


   그렇다. 어쩌면 그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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