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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근대사강의』와 더불어 한국근현대사학회에서 나온 개설서 짝꿍(?)이다. 한국근대사강의에서는 1860년대부터 1910년 경술국치까지의 시기를 다뤘다면, 여기에서는 1910년부터 1945년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의 시기를 다뤘다.

   여기서는 한일강제합방 조약이 체결되기 이전,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 속에서 반식민지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펼쳤던 운동을 구국운동이라 칭하고, 구국운동의 큰 줄기를 애국계몽운동과 의병전쟁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의 주요 특징은 1910년 이후의 독립운동이 이들 애국계몽운동과 의병전쟁을 계승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인식 하에서 국내와 국외의 주요 독립운동을 유기적으로 서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목표는 하나 같이 조국의 독립이었으나, 광복 이후 새정부의 정치체제와 사회상에 대한 생각은 상이했다. 그 이념은 1919년 3.1운동 이전에는 복벽주의도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대체로 민주공화정으로 수렴해가는 양상이었다. 러시아 혁명의 영향과 일명 문화통치기의 제한된 자유를 획득한 이후 1920년대에 다양한 신진사조가 유입되면서 독립운동의 이념은 크게 민족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들은 독립운동의 이념과 그 이념 안에서도 방법론적 차이에서 갈등과 대립을 겪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일제를 물리치고 우리 민족의 자주권을 되찾으려는 일념, 즉 민족주의의 성향을 바탕에 깔고 있었다.(서구에서는 공산주의와 민족주의가 병립할 수 없는 성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민족주의적인 공산주의가 탄생할 수 있었다-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것에 관한 논의도 좀 복잡하다) 독립운동가들은 그들의 이념과 방략에 맞는 여러 단체를 조직하여 일제에 대항했는데, 분산된 조직으로는 일제에 맞서 투쟁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여러 시기를 걸쳐 민족통일전선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독립운동단체들 간의 통일운동은 국내외의 상황과 조건 여하에 따라 통합이 성사되기도 하고 해체되기도 하면서 조국독립을 실현하기 위한 최상의 방책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노력은 해방 직전까지 계속되었으며, 8.15 광복 전에는 중국 관내에서 좌우노선의 통일을 이룬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화북지역의 연안에는 조선독립동맹이, 국내에서는 중도좌파의 노선을 걸었던 여운형을 중심으로 한 건국동맹이 중심을 이루었다. 임정과 독립연맹은 끝까지 통일전선의 구축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건국동맹 또한 연안에 연락원을 파견하는 등 이 세 세력은 목전의 광복을 대비하기 위해 분투하였다. 임정의 경우, 한국광복군을 조직하여 영국군과 함께 인도-미얀마 전선에 투입하여 활약하기도 하고 미국의 OSS와(CSI의 전신) 합동작전을 벌이며 1945년 8월에 국내침투작전을 계획하기도 하였다. 이는 연합국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여 광복 후 자주적인 국가건설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국내침투계획을 실시하기도 전, 일제의 때이른 항복으로 인해 그 꿈을 이룰 수 없었고 분단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냉전이데올로기 속에서 미소 양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결과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독립투쟁의 역사를 빼놓고 한국현대사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속성과 연관성을 강조하는 역사학의 특성상 그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일제강점기가 시기상 현대사와 밀접하다는 점을 유념한다면 독립운동사의 검토는 더더욱 중요한 것이다. 특히 근현대사교과서 좌편향 논란과 뉴라이트계의 식민지근대화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중적으로 이 부분을 공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온갖 현란한 매체들이 판치는 요즘 세상에 종이 쪼가리 넘기는 사람조차 드물긴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보론으로 "식민지근대화론 비판"을 수록한 것은 정말 탁월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개설서인 만큼 더 세부적인 내용과 논문급 수준의 논의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개설서 치고 약간은 과분할 정도로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독립운동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읽는 데 좀 버거울 지도 모르겠다. 특히 수많은 독립운동단체들이(이름도 비슷하다) 이합집산 하는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쌍시옷을 남발하며 머리를 쥐어 뜯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이 부분은 논문을 여러편 읽어봤는데도 아직도 헷갈린다. 그래도 약간의 열정을 발휘해 읽어보도록 하자. 가슴 안에 뜨거운 애국심이 살아있는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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