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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을 계획하고 읽었는데, 사전과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정독을 하다보니 계획보다 하루 더 걸렸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특별히 논할 건 없는 것 같다. 사실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근대사의 기점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서 부여한 명칭에 내포되어 있는 이념적 색과 각 사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 등등 논쟁거리는 한도 끝도 없다. 그런 것들은 차치하도록 하고, 한국 근대사에 관심이 있거나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책 소개와 읽을 때 주의사항, 팁을 주고자 한다.

   일단 이 책은 '근대사'강의다. 근대사의 기점은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이 1860년대부터 한일강제병합 때인 1910년대까지 잡고 있다. 고종 즉위년이 1863년이니까 대략 어디쯤인지는 짐작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비교적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조선이 외세에 의해 침략 당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반봉건 반침략 투쟁을 전개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한국 근대사에 관한 괜찮은 개설서를 찾는다면 한국근현대사학회에서 펴낸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주의사항이나 팁이라고 하면 별 거 없다. 책을 써낸 분들이 학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분들이긴 하지만, 그 분들도 사람인지라 정신 바짝 차리고 읽다보면 오타가 눈에 들어온다. 내용상에는 띄어쓰기 외에는 잘 안보이는데 도표에서 연도가 틀린 부분이 몇 개 발견된다. 이 부분은 내용과 연계해서 정독한다면 크게 문제되진 않아보인다.

   그리고 정말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사건들이 발생한 年,月,日을 암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고대나 중세사라면 대략적인 연도만 알아도 사건의 전후 파악이 수월하다. 그러나 근대사의 경우에는 특정 연도에 사건들이 밀집되어 있으므로 정확한 연월일을 외워두지 않으면, 사건의 전후 파악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기 쉽다. 역사는 암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역사는 암기가 목적이 아니다. 역사는 현재의 문제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현문제의 기원을 찾아서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시간적 흐름에 따라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연월일 암기가 뒷받침 되어야 제대로 된 역사공부가 가능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더 나아간다면 다른 책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당시 국제정세를 염두에 두며 공부해 보길 바란다. 물론 이 책에서도 당시 일본과 중국의 상황이라든지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각국 간의 이해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언급을 해놓고는 있지만, 욕심이 난다면 더 공부해보라는 것이다. 잎과 가지를 보고 나무를 살피고 숲을 바라보면 역사를 보는 시각도 넓어진다. 또 세세한 사건들, 예를 들면 김홍륙 독차사건, 춘생문사건 등은 "~가 일어났다" 정도로만 서술하고 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읽다보면 좀더 흥미있는 공부가 될 것이다.
   특히 모든 역사책이 그러하듯이 한자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대충 알 것 같은 단어라고 생각해도 반드시 국어사전을 찾아보며 읽을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3부 2장에 동학농민전쟁에 관한 내용에서 166쪽에 동학교도들이 교조신원운동을 펼치며 외국인들을 배척하는 '괘서(掛書)'가 교회와 외국공사관, 외국인의 집 담에 나붙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괘서란 한자 그대로 하면 '걸 괘'에 '글 서'자다. 글을 써서 내걸었다는 말이나 단순히 그런 의미는 아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내어 거는 글. 반역(叛逆)을 도모하거나 남을 모함하기 위하여 궁문(宮門), 성문(城門), 관청(官廳)의 문 따위에 써붙였다." 는 뜻이 나온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글을 건다는 의미가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공부하면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아가는 의미도 있지만, 어휘력을 키우는 데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책의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서 고등교육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 근현대사를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읽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 근현대사교과서와 비교하자면 아주 약간 보충심화 되었다고나 할까. 각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의의와 평가가 좀더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근대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과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좋은 개설서이다. 그리고 특별히 이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의 기억력은 영원하지 않다. 반복에 무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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