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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toilet)/- 걷기

[전시] 리움미술관에 다녀오다.

공부하는 나부랭이, 무중력고기 2012.01.29 15:46
  
   도대체 뭐가 어떻게 끝내주길래 다들 극찬을 하는지 궁금했다.
   말로만 듣던 리움미술관을 드디어 내 발로 찾아갈 기회가 생겼다.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나로썬 약속이 생기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만 서울에 가게 된다.
   어제가 바로 그 날이었다.


삼성미술관리움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2동 747-18
설명 한국미술과 외국미술이 함께 숨쉴 수 있는 열린 문화예술공간 samsung mueum of art
상세보기


   사전조사를 통해 이 미술관은 한두시간에 뚝딱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정보를 보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올라갔다. 오후 6시 약속시간 전까지 샅샅이 훑어보려 벼르고 갔다.



HTC | HTC Sensation Z710e | 4.3mm | ISO-77



   한강진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면서 그냥 겉으로 봤을 때는 생각보다 커보이진 않았다. 사진에서 봤던 대로 건물 바깥에는 거미모양의 조형물이 있었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maman)"이란 작품인데 모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여러개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HTC | HTC Sensation Z710e | 4.3mm | ISO-74



  

HTC | HTC Sensation Z710e | 4.3mm | ISO-74



   LEEUM이라는 명칭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설립자의 성(姓) lee와 museum의 어미 um을 합쳐서 지었다고 한다. 삼성家에서 만든 사립박물관이다.

   사립박물관이다 보니 입장료가 비싸다. 상설전 입장료는 성인-1만원, 청소년-6천원이고, 기획전 입장료는 성인-7천원, 청소년-4천원이다. 둘 다 볼 수 있는 daypass는 성인-1만 3천원, 청소년-8천원이다. 입장료만 보면 국립박물관이 그리워진다.

   난 상설전과 기획전을 모두 볼 계획이기 때문에 데이패스를 끊고 입장했다.
   '돈값 못하기만 해봐라!'




HTC | HTC Sensation Z710e | 4.3mm | ISO-137



   깔끔한 동선, 편안한 관람

   상설전은 1번 고미술과 2번 현대미술로 나뉘어져 있었다. 1번 전시관은 4층부터 시작해서 1층으로 내려오는 식으로 관람하도록 되어 있었다. 2번 전시관도 관람을 위층에서 내려오는 방식으로 하게끔 되어 있다. 설계는 유명한 사람들이 했다는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선형태가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다른 점이라면 리움은 계단이 있고, 전시를 내려가는 벽면이 아니라 층마다 전시공간을 두어서 전시한다는 점이다. 내려가면서 보다보니 관람하기가 수월하고, 층마다 전시공간 내에서도 동선처리가 깔끔해서 괜찮았다. 보다가 힘들 때 쯤이면 떡하니 의자가 보여서 그것도 좋았다.


   역시 서울의 미술관

   1번 전시관은 4층의 청자부터 놀라웠다. 전시품의 질이 상당하다고 말로만 들었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4층 청자와 3층의 분청사기,백자 부분은 조금 과장하자면 국보와 보물의 향연이었다.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작품들에 감탄을 하면서도 솔직히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웬만한 국립박물관 보다 훨씬 나았다. 도대체 저 많은 최상급 도자기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을까 하는 궁금증. 그리고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저것들을 보려면 비싼 교통비와 입장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 비수도권에 거주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이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 관람하는 내내 머리 속에 맴돌아서 씁쓸했다. 서울의 여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면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관람하면서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해주거나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모습, 아이들이 학교 숙제를 해결하려고 펜과 종이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다. 물론 다른 지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 아이들이 보는 전시품이나 전시내용의 수준과 수는 극히 차이가 난다. 리움미술관에서도 그런 것들을 보면서 또 같은 생각을 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과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 가진 자와 못가진자의 교육격차는 사소하지만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


   리움"미술관"과 "미술품"

   1층의 불교미술,금속공예를 관람하면서는 불편한 마음이 더해졌다. 하나 같이 유물들의 출처가 불명확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 지도 모르는 유물들이 즐비했다. 그것들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었다. 이쯤 되자 처음부터 뭔가 허전하고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패널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입구마다 전시관의 주제에 관한 전체적인 설명과 기법에 대한 것은 모니터로 만들어 놓긴 했다. 하지만 그건 포괄적이고 기술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전시품이 있는 장에 패널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출처가 불명확한 수집품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들에게는 전시품들이 "유물"이 아닌 이 씨네 집안에서 수집한 "미술품"에 불과했다. 가야의 집모양 토기만 봐도 그렇다. 아마 박물관이었다면 토기를 통해 볼 수 있는 가야인들의 생활양식에 대해 분명 패널을 달아놓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리움엔 아무것도 없었다. "미술관"이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출처가 명확한 유물들이라면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좀 더 가치있는 교육의 장이 되었을 것이다. 고급스러운 장에 조명도 근사하게 해놨지만, 정작 이야기는 없었다.
   (꼬다리 좀 붙이자면, 갔다와서 인터넷을 좀 뒤져봤더니 리움에서 흥미롭게 보았던 금동대탑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기사1, 기사2)


   볼 만 했던 현대미술

   2번 현대미술 전시관은 2층 한국 근현대미술, 1층 외국 근현대미술, 지하1층 국제 현대미술로 나눠져 있었다. 솔직히 현대미술은 봐도 잘 모르고, 아는 작가도 많지 않아서 별 기대없이 들어갔다. 그러나 볼 만 했다. 여러 굵직굵직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 건, 미술교과서에도 나오는 박수근의 아이를 업은 소녀와 대전에 미술관이 있는 이응노의 작품이다. 그리고 내가 사진에 관심이 많다보니 사진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멀찌감치 떨어져 봤을 때 설마설마 했다. '에이 설마 저거 배병우랑 김아타 작품은 아니겠지' 근데 그게 정말 예술사진잡지에서만 보던 그들의 작품이라니! 각 1점씩이었지만 좋았다.
  내가 주의깊게 본 구간은 한국의 근현대미술이었다. 특히 1910~1945년 사이의 작품들은 접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유심히 봤다. 일제시기에 저항 시인이 있었듯이 저항 화가는 없었을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잘은 몰라도 전체적으로 톤이 어두웠던 것 같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기획전시, 조선화원대전

   내가 갔던 날이 조선화원대전 폐관 하루 전인 데다가 주말이어서 그랬는지 정말 사람으로 미어터져서 죽는 줄 알았다. 처음 시도에서는 3분의 1쯤 보다가 중간에 가이드 무리에 가로막혀서 어쩌지도 못하고 나왔다. 지치고 힘든 나머지, 나와서 늦은점심을 먹고 다시 2차 시도를 했다. 이렇게까지 봐야하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 많은 건 진짜 질색이다. ㅡ_ㅡ 작품 하나를 보려해도 주위에서 서성이다가 사람들이 조금 빠졌을 때 들어가서 볼 수 있었고, 여유있게 감상하지도 못했다.


   사람들의 거친 물결 속에 그래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었으니, 최초로 공개한다고 하는 동가반차도와 일본에서 물건너 온 장승업의 유묘도였다. 고종의 궁궐 밖 행차를 그린 동가반차도는 정말 볼 만 했다. 리움의 조선화원대전 기획전시는 작은 그림들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스크린을 설치해서 터치와 드래그로 그림을 확대이동해서 볼 수 있게 했는데, 그건 정말 훌륭했다. 아마 다른 박물관들도 생각은 했겠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못했을 것이다. 장승업의 유묘도는 고양이가 그림에서 튀어나와 매섭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김홍도를 비롯해서 다른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도 많았지만 유독 장승업의 작품에 눈이 가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강한 필치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는데,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추정하는 "춘화(春畵)"이다. 누가 생각해냈는지는 몰라도 정말 기가막히게 전시해놨다. 이 춘화를 보려면 따로 마련해놓은 공간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19세 미만은 입장을 통제했다. '얼마나 야하길래 문 앞에 사람까지 서 있을까' 하며 들어갔더니 그림들이 뭔가에 숨겨져 있었다. 댓개비 같은 걸로 성글게 엮어 만든 통 구멍 사이로 그림을 볼 수 있게 해놨다. 마치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말이다! 그림들은 정말 자세하게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그려놓은 것들이었는데, 보는 방법이 그렇다 보니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야한 그림에 걸맞는 야한 전시였다.



   종합적인 결론

   젠장 돈이 최고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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