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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 5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붙잡고 읽어서 겨우 끝낼 수 있었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으나 분량이 워낙 많고 인명/지명이 익숙치 않아 오래걸릴 수밖에 없었다. 




   투퀴디데스는 아테나이-아테나이 동맹국과 스파르테(라케다이몬)-스파르테 동맹국 간의 지리멸렬한 전쟁을 연대기 순으로 작성했다. 이 이야기는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부터 시작하여 기원전 411년에서 갑자기 끊긴다. 즉, 미완인 책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기원전 431년~404년까지다.)


   중간중간 투퀴디데스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기술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전쟁과 관련한 사실들의 나열이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는 이유는 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전투 묘사와 전쟁터에서 장군들의 연설, 각국의 사절단들이 오가며 쏟아내는 발언들이 재밌게 버무러져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절단들의 연설들을 보다가 종종 실소가 나오기도 했는데, 명언도 더러 있었지만 사실 말 겉에 싼 포장지를 벗기고 보면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않은 고상한 양아치들의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아테나이 사절단이 다른 도시국가로 가서 항복을 요구하는 발언을 보면 기가찰 정도로 뻔뻔하기 그지없고 깡패나 다름이 없다.)


   또한 긴 전쟁 이야기 속에서 그 시대 그리스 사람들의 특성과 각 도시국가 사람들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한 재미다. 적군이 몰려올 것을 대비해 빨리 후퇴를 해야 하는데 간밤에 월식이 일어나서 불길한 징조로 보고 후퇴일을 미루다가 패배를 한다든지, 기세좋게 동맹국들의 병력을 다 모아서 공격을 하러 가던 중에 점을 쳤는데 징조가 안좋아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크고 작은 전투들에서는 진취적이고 행동력이 빠른 아테나이와 신중하고 느린 라케다이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외에도 권력다툼을 둘러싼 거짓과 음모도 정말 드라마틱하다. 


   처음엔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지'하며 읽어나가다가 마지막엔 미완으로 끝나는 점이 너무나 아쉬운 그런 책이다. 지루하고 따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그 뒷이야기는 크세노폰이 지은 『헬레니카』에서 이어진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기원전 411년 이후의 이야기들을 마무리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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