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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study)/- 문학 ⑧ⓞⓞ

채식주의자, 한강

무중력인간 2017. 12. 28. 01:30




   참으로 오랜만에 책리뷰를 쓴다. 그동안 책을 계속 읽긴 했으나 왠지 모르게 블로그에 손이 가지 않았다.


   간만에 올리는 리뷰는 그 유명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이다. 맨부커 상을 받았다고 해서 한동안 언론에서 떠들썩했었다. 사실 그래서 읽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을 받았거나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들은 왠지 모르게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딱 하나다. "나의 외사친"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페인의 외딴 마을에 사는 어떤 외국인이 한국의 한강을 안다며 채식주의자를 읽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언급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데, 정작 한국인인 내가 거기에 공감할 수 없음에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오랜만에 들른 오프라인 서점에서 망설임없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골랐고, 작고 얇은 두께와 지루하지 않은 전개 덕분에 하루만에 끝낼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책의 내용을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읽지는 않았다. 책을 읽기 전, 여러 기사와 검색을 통해 대강의 줄거리와 느낌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읽기 싫은 마음이 있었다, 그 스페인 여자가 엄지를 세우기 전까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나랑은 맞지 않았다. 나는 문학박사가 아니기에, 한강이라는 작가가 이 소설을 어떤 철학적인 의도를 갖고 썼는지, 그 문학적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폭력과 자극적인 내용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것, 그런 게 예술이라면 참으로 예술적인 작품일지도 모른다.(물론 저자가 그런 의도로 집필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저자가 의도했든 아니든 예술의 본질은 아름다움을 쫓는 것이니까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선한 의도로 찍은 가난하고 병든 아프리카 어린이의 사진도 결국엔 아름답게 찍혀 "연민을 자아내는 것만큼 연민을 없애고 감정을 떼어내는"[각주:1]것처럼. 그렇기에 난 읽는 내내 불편했다.


   하지만 불편한 느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편의 중편소설이 같은 이야기로 이어져있다. 난쏘공 같은 이런 전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짧막짧막한 문장들이 좋았다. 짧은 문장들이 모여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그림같은 표현들도 정말 프로 소설가다웠다. (결국엔 그것들이 날 불편하게 했지만..)




   덧> 왜 해외에서 상을 받는 한국 영화와 한국 소설은-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것들이 많을까. 그런 것들을 진정한 예술이라고 보는 걸까, 아님 한국의 정서라고 생각하는 걸까. 혹여 일본의 정서와 한국의 정서를 헷갈리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는데, 난 이 채식주의자가 문체는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내용은 일본적으로 느껴졌다.



  1. 『사진에 관하여』, 시울, 164p, 수전 손택.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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