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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여행을 앞두고 가이드북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미술사에 관심은 높지만 여지껏 보아왔던 서양미술사 관련한 책들에서는 러시아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전무하다시피여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뻬쩨르부르그와 모스크바에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는 정보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미술사를 공부하고 가야겠다는 의무감보다는 '기껏해야 변변찮은 종교회화가 걸려있거나, 수집하거나 약탈한 서유럽 화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하겠지.' 하는 생각이 앞섰다. 한 마디로 그냥 무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목차와 리뷰들을 보니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속는 셈치고 읽어보자 하고 펼쳐든 책에서 기대 이상의 놀라움과 감명을 받았다. 러시아는 문학과 음악은 뛰어나지만 미술은 그닥 별로인 절름발이가 절대 아니었다. 나는 왜 그 여러 권의 서양미술사 책에서 보아온 샤갈, 칸딘스키, 말레비치가 러시아 사람이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을까. 그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거장이 아니었다. 인간사와 미술사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한 사람의 인간인 작가의 철학이 발현된 미술 작품은 그 작가의 동시대와 이어진 이전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영향은 크게는 민족, 문화, 국가, 작게는 계급, 성장 환경, 스승의 사사 등이 있겠다. 이 책은 시대별로 그러한 작가들의 인과관계를 잘 녹여서 알기 쉽고 재밌게 이야기해준다. 그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러시아 미술의 대가들이 등장하는데, 놀라움과 동시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이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아서다. 이진숙 씨도 글에서 밝힌 것처럼 책을 쓸 때 제한된 분량 때문인지 아니면 러시아 미술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 욕심을 버리느라고 힘들었다고 하는데 그 마음을 짐작할 만하다. 


   러시아 미술을 도판으로 접하면서 느꼈던 것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들었을 때의 묘한 감동, 도스또예프스키/뿌쉬낀/톨스토이의 소설 속에 있는 러시아적인 그 어떤 것이었다. 모든 것은 이어져있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러시아는 정말 알면 알수록 알고 싶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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