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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손을 댔던 게 작년 10월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해가 바뀌어 벚꽃이 한창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한 두달 정도는 건강이 매우 안좋았고, 그와중에 계속해서 또라이를 상대하느라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연말연초에는 일이 몰리는 바람에 책을 들여다볼 여유가 전혀 없었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도 소설책 한 권 읽는 데에 반년이 걸린 것은 순전히 내 게으름 탓이다. 이렇게 말해도 사실 도선생 탓을 좀 하고 싶기는 하다.


   읽어보면 분명 잘 쓰여진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스토리 구성이나 쓰여진 문장들을 보면 많이 생각하고 가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심리 묘사를 하는 부분과 발꼬프스키 공작과 바냐의 술집 대화 장면은 과연 도스또옙스키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소설의 압권이다. 또한, 찰스 디킨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서 그런지 러시아 하층민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다. 도선생의 다른 대작을 읽은 후 기대치가 높아져서가 아니다. 우연이 사건 전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과 삼각관계와 혈연의 비밀. 무엇보다 장면마다 주인공들이 눈물을 흩뿌리는 격정적인 멜로드라마가 썩 내키지 않았다. 옛날 흑백 멜로 영화 같은 느낌은 솔직히 별로다.


 그냥 나중에 가볼 뻬쩨르부르크 거리의 여기저기를 소설 속에서 만나봤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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