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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발표 준비 때문에 읽어봤던 약산 김원봉. 학교 도서관에 아무리 찾아봐도 김원봉 일대기를 쓴 단행본이 이것 밖에 없길래 읽어봤던 책이다. 김원봉 논문이 그가 활동했던 단체와 관련된 논문 몇편 밖에 없었으므로 한 숨을 쉬고 있던 차에 친구가 권한 책이기도 했다. 나는 처음에 평전인 줄 알았다. 겉 껍데기가 없어서 저자의 이력도 모른채 그냥 읽어갔다.(나중에 알고보니 국문학자가 쓴 것이었다)

   읽다보니 뭔가 수상했다. 어디서 인용했다는 각주도 없고, 구성은 소설과 다르지 않았다. 점점 속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만둘까하다가 김원봉과 관련된 텍스트도 별로 없고, 이왕 손댄거 후루룩 끝내버리자고 끝까지 읽긴 했다.

   김원봉이 대단한 사람이긴 했지만 온통 좋은 말만 다 써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김구와 임시정부에 대한 비난은 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였다. 나는 김구가 항일투쟁노선의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고, 학계의 평가도 대체로 그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의 김구와 임시정부에 대한 미움은 임시정부의 광복군 창설을 언급하는 것에서 절정이었다. 김구와 임시정부의 관계자들이 일신의 안일을 위해 광복군을 "빨리" 만들려고 국민당 정부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김구는 광복군을 창설할 때, 광복군이 중국국민당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 산하로 들어가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려 애를 썼다. 결국엔 자금난 때문에 숙이고 들어가지만 그 뒤에도 끊임없이 자주권을 요구했으며 끝내는 중국군에 예속되어 있었던 광복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되찾아온다. 아무리 소설 같은거라지만 근거없는 비난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아 정말 이런걸 읽어야 하나 많이 답답했다.

   김원봉은 정말 자료가 희박하다. 아무래도 그가 해방정국에서 중도적인 입장으로 좌우익 모두에게 외면당했고, 후엔 북으로 넘어갔지만 거기에서도 김일성 정권확립의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하면 할 수록 참으로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물이다. 일제 때 죽어라하고 항일무장투쟁을 했건만 조국은 둘로 쪼개지고 좌우합작을 목청껏 외쳐보아도 소리없는 메아리일 뿐이었다. 남쪽에서 극우분자들에 의해 목숨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그는 북행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에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을 하는 등 요직에 앉아 최고의 대우를 받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전쟁이후에 제일 먼저 남로당이 제거됐고 연안파와 소련파도 축출되면서 그도 안전하지 못했다. 

   사후 그의 독립운동 공적은 남에서나 북에서나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남에서는 빨갱이 취급을 받았고, 북에서는 김일성의 미화로 묻혀버렸다.
   하긴.. 친일파와 그 자손들이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는 이런 나라인 것을...  그저 씁쓸할 뿐이다.



(찾아보니 김삼웅이 지은 김원봉 평전이 있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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