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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 (lightroom)/- 카메라&사진 이야기

사라져가는 필름을 추억하며..

공부하는 나부랭이, 무중력고기 2012.11.27 19:00


SONY | DSLR-A850 | Manual | Pattern | 1/40sec | F/2.8 | 0.00 EV | 17.0mm | ISO-200

   얼마 전에 사진 동아리 품평회에 다녀왔다. 한 2년 만이었던 것 같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인연이 없었는지 항상 학교 갈 일이 생기거나 스터디가 있곤 했다. 그 때마다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는데, 이번엔 진짜 안되겠다 싶어서 작정하고 갔다. 졸업하고 나서 처음으로 동기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갔던 전시회에 작품들을 쭈욱 둘러봤는데, 컬러사진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작품들이었다. 내가 다닐 때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풍경이었다. 우리 동아리는 주로 흑백필름만 사용했고, 암실에서 현상과 인화 작업을 직접해야만 했다. 물론 컬러필름으로도 찍을 수 있었지만, 1년에 2번씩 하는 정기전시회에는 반드시 흑백 작품을 내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 같은 게 있었다. 몇몇 선배들은 1,2,3학년이 컬러사진을 내면 싸가지가 없다고도 했었다. 난 그 말을 말도 안된다고 싫어했지만, 흑백 작업이 좋아서 반항은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ㅋㅋ 아무튼 그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컬러필름은 커녕 대부분이 디지털 작품이었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필름값도 거의 두 배로 뛰다시피 많이 올랐고 종류도 상당히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후배들 말을 들어보니 8x10 100장짜리 인화지도 3만 7천원 하던 것이 6만 7천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반광은 아예 나오지도 않는댄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것이다.


PENTAX Corporation | PENTAX *ist DS2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5sec | F/4.0 | 0.00 EV | 18.0mm | ISO-3200재학생 시절, 암실 작업중 찍은 사진.

   생각해보면 나는 시대를 잘 타고난 행운아인 것 같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 된 상태에서 보급형 데세랄이 막 쏟아져나오던 시기였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에 서서 마침 스무살 대학 시절에 운좋게 암실 작업을 하는 사진 동아리에 들어갔고, 그 둘을 모두 즐겼으니 행운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 필름카메라를 써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컷당 몇백 원씩인지 계산하며 한 컷 한 컷을 소중히 하며 신중하게 찍었던 기억, 신나게 다 찍었는데 필름을 잘못 끼워서 헛방 날린 기억, iso설정 확인도 안하고 찍다가 중간에 확인하고 뜨악 했던 기억, 필름 감아놨다가 나중에 다시 이어서 써야지 하고 뒀는데 새 필름인 줄 알고 첫방부터 찍었던 기억,, 등등.. 그 때는 지옥이 따로 없었지만, 지나고 보면 다 추억거리다.


   안타까운 것은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동아리 전시회에서 필름 사진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LP판이야 다시 듣기가 가능하지만, 필름은 소모품이라서 다시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단종되기 전에 사재기? 유통기한이 있어서 그것도 한계가 있다. 필름을 만드는 회사에서 필름을 내놓지 않으면 아날로그 사진은 그대로 끝인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캄캄한 방에서 미미한 뻘건 불에 의지해 상을 서서히 띄울 때의 그 맛. 그 맛을 이제 몇 년만 지나면 후배들이 맛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게 안타깝다. 후배들에게 필름의 시대는 이제 끝났으니 암실에서 명실로 넘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조언 해줬는데, 솔직히 마음 한 켠이 아팠다.


   필름이 사라지는 것은 아마도 정해진 운명일 것이다. 그저 암실을 좋아하는 후배들과 아직도 필름을 아끼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필름이 조금 더 연명하기를 바랄 뿐이다.



MSM6500 | Unknown Sensor | 1/21sec

온 신경을 집중해 한 컷 찍고 휴우~ 내쉬던 그 때의 호흡이 가끔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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