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참회록,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건 저번 학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신종플루를 겪고 난 후로 기력이 쇠약해지고 학기 말에는 모든게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틈을 타서 나의 이성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톨스토이의 말마따나 절벽에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발 밑의 끝없는 어둠을 보고 만 것이다. 사실 그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청소년기부터 사색을 할 수 있게 된 후로 몇 번이나 그 고통에 눈을 떠야만 했다. 더욱이 주위 사람들의 죽음을 겪고 난 뒤에는 니힐의 손길이 나를 에워싸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죽으면 다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스스로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이성의 이끌림을 받을 때마다 그 종착역은 자살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
서재 (study)/- 철학 ①ⓞⓞ
2010. 3. 4. 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