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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집단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이다. 시기마다 지역마다 사회 내에서 그것이 표출되는 비율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순수하게 집단적인 것과 순수하게 개인적인 것을 구분하여 도식화한다는 것도 인간사회의 특성상 어려운 일이다.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개인-"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이 책의 겉표지에 쓰여있는 "집단주의와 개인성의 이상한 조합"이란 문구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조합의 성립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인지, 그 형태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저자의 의견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자 쪽이었다. 그러나 현대 일본사회에서 그 부자연스러운 형태가 서구인들의 보편적인 인식처럼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지극히 정상적인 형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은 내적으로는 현대 일본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과 일본 근대화-메이지유신-의 원동력이 됐던 기제를 찾는 것이고, 외적으로는 일본사회에 대한 서구인들의 왜곡된 상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사회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녀는 사회학적 접근방식으로 다가간다.(저자는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를 비교역사사회학이라 부른다) 현대 일본사회의 특징을 다른 사회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그 기원과 변천을 찾는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현대 일본사회의 사회,정치,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사무라이의 '명예형 개인주의'에 주목한다. 그녀는 기존에 통용됐던 일본사회의 집단성만을 강조한 틀을 거부하면서 일본인의 개인성을 사무라이의 명예의식에서 찾고 있다. 집단성만을 강조하다보면 일본사회의 역동성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사무라이의 명예의 기원과 그 변모과정을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 속에서 집요하게 추적해나가는 것은 그러한 과정의 일환이었다.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고, 일본문화의 단면을 또 다른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았다. 일본사를 수박 겉핥기로 배운지가 꽤 오래되어서 익숙치 않은 명칭들이 나왔을 땐 약간 당황했지만, 가물가물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이내 수월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사를 공부한 적이 있거나 사무라이 문학을 접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쉽게 읽힐 것이다. 다만, 번역이 개떡 같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찰떡 같은 것은 아니라서 읽을 때 마인트컨트롤을 요한다.(부글부글)



↓ 같이 읽으면 재밌는 책

마루야마 마사오의『일본의 사상』

지금은 절판된 것 같다. 사놓길 잘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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