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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지 꽤 됐는데 이제야 감상을 올린다.

   상당히 얇은 두께에 내용은 알차게 재밌다. 구한말 개화자강파,애국계몽세력의 저항논리를 민족사학의 시각이 아닌 정치사상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그들의 저항이라고 하는 것은, 전자의 시각에서 보면-비록 사회진화론과 동양평화론의 이중성에 잘못 넘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기본적으로 민족을 최우선하여 일제에 대항한 것이었고, 후자의 시각에서 보면 자유주의 사상에 입각한 특정 계급의 이권 수호에 불과한 것이었다. 저자는 그 자유주의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으로, 지금의 신자유주의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민권 사상에 대한 관점이었다. 자유주의의 민권 개념은 "개인들의 재산, 생명, 자유의 보호이며,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의 참여를 배제시키고자 하는 것"(125ㅉ)이라고 한다. 여기서 '개인'은 약한 다수가 아닌 엘리트 소수를 의미한다. 저자는 한국 자유주의 사상의 기원을 독립신문의 내용에서 찾고, 많은 부분을 인용한다. 기사에서 '인민', '국민', '신민', '백성' 등의 명칭이 갖는 미묘한 의미에 주목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저자가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역사학에서 짚어내지 못한 부분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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