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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2년의 잉여력 대폭발 덕분에 아이디어가 샘솟아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어 6개월 동안 고3처럼 공부했다. 앞날을 예상하면서 고민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것보다 일단 뛰어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단지 생각했던 것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프로그래밍을 하게 됐다. 그렇게 머리에 스위치를 달고 경계인처럼 살았다. 이곳에 가도 저곳에 가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냥 운명이 존재한다면 지랄 같은 내 운명이라 생각했다. 실력이 느는 만큼 주량도 월등해졌다. 사실 지금은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사수도 없이 혼자서 하는 건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하다보면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게 되고, 인터넷이 선생이라고 해도 찾아야 할 키워드도 결국엔 내가 알고 있는 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 안에 경험은 많이 했다. 고객과 직접 통화하는 영광도 누렸고, 전화 진동이 울릴 때면 '도대체 이번엔 또 뭘 해달라는 걸까' 하는 설레는 마음에 덩달아 내 마음도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신기한 체험도 할 수 있었다. 깜짝 파티 같은 갑작스런 일이 닥치면 참으로 즐거워서 밤을 하얗게 불태우기도 했다. 갑자기 프로젝트 진행 사항이 변경되거나 일이 늘어나더라도 기분은 더러울지언정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용기와 지혜를 얻었다. 또, 홀로 서버에 프로젝트 배포하러 갔을 때에는 한겨울인데도 사우나에 온 듯 땀을 쏟아내어, 지구의 이상기후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다 수습이나 교육 기간도 없이 그냥 막 여기저기 확 그냥 막 일해야 하는 조그만한 회사에 입사한 덕분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대놓고 직원을 기계 부품처럼 취급하는 회사에서 개같이 일할 정도로 그만한 가치가 있으려면 적어도 실력은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이론적인 공부는 혼자하는 거라지만, 자기 계발 시간이 없으면 그것도 불가능하다. 생각해보면 지난 1년을 통해 내가 느낀 세상은 피아의 Black swim fish 가사처럼 "처음 맛 본 세상은 내게 쓰디쓴 맛의 독한 자극제"였다. 세상엔 순수하게 열정 가득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 열정을 이용하는 무리도 있다는 것. 두 눈 똑바로 뜨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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