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역사학과 프로그래밍..


   공통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녀석이다.


   역사학만 공부하다가 프로그래밍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정말이지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처음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접한 건 Java였는데, int는 뭐고 String은 뭐고.. 이것까지는 괜찮았다. for문, while문이 나오고 구구단을 만들라는 둥(못하지는 않지만 난 어렸을 때 구구단과 나눗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경우의 수 같은 이상한 수학 문제 같은 걸 풀어보라는 둥 하는데..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았다. ㅡ.ㅡ; 정말 심각하게 이 길로 가도 될까 고민도 많이 했다. 더군다나 언어는 규칙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a=b이고 c=d이다"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공식에 "왜?"라는 의문을 달아서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내가 해왔던 역사학에서는 당연시 되는 논리에도 "왜?"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학문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것이었기에, 그 버릇이 계속 나왔던 것이다. 오류가 발생해도 일단 "왜?"라는 의문과 함께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면, 디버깅으로 정확하게 오류를 잡아내기보다 내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서 이건 이렇게 되어야 옳다고 결론을 내리고 쓸데없이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지금도 종종 그렇다. 빨리 디버깅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는데..휴우..) 역사학은 컴퓨터처럼 1+1=2와 같은 절대 정답이 없다. 신빙성 있는 사료와 탄탄한 논리만 뒷받침 된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곧 정답이요 이론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절대 정답을 강요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좀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프로그래밍은 그런 것 같다. 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안되는 거. 중간은 없다. ㅡ.ㅡ;; (컴퓨터 전공자들을 보면 그런 성질이 사람을 다소 이분법적으로 만드는 듯도 하다. << 그냥 경험상 내 느낌..;;)


   그래도 공부하던 버릇이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 도움이 될 때도 많았다. 전혀 다른 분야인데도 미묘하게나마(?) 공통점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그 둘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는 역사학이나 프로그래밍 모두 "흐름"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둘 다 흐름을 놓치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흐름을 잘 못잡는 사람들이 헤매는 걸 많이 봤다. 또,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도 상당히 필요한데, 공부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 건 참 좋아라하는지라.. 특히 객체지향을 배울 땐 최고로 재밌었다. 흐름이나 개념 이해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고생하는 것을 많이 봤다. 근데 난 수학적인 머리에서는 좀 골치 아팠어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득을 보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나의 숙제는 새로운 언어(C, C#..)들을 배우는 일과 부족한 부분들(JavaScript, Ajax, sql..)을 채우는 일, 그리고 못다한 학위를 머리 쌩쌩 돌아갈 때 최대한 빨리 마치는 것이다. ㅠ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